김정일 사망이 의미하는 것(2011.12.21. 림관헌 이아침에)
1994년 김일성이 카터의 중재로 김영삼과 만나려 할 무렵 묘향산인가에 있는 별장에서 급사(急死)한 후, 정권을 장악한 김정일이 17년 후인 지난 17일 아침 8시30분 현지 지도를 위해 이동 중, 열차 안에서 급사한 후 조선중앙통신은 비교적 신속(?)하게 29세의 김정은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위대한 계승자”라고 이른바 3대 세습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였다. 김정일 자신은 20년이라는 장기간 세습교육과 집권실습 후에 정권을 장악했기에 위험부담이 적었으나 김정은은 경험이 없는 애숭이에다 1년 남짓 위태위태한 실수(화패개혁)와 위험한 모험(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번갈아 한 것 밖에 없는 무법자에 의한 권력승계라는 점에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아직도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고 속으로 눈치와 계산에 바쁠 북한 당국의 구성원이 만든 발표문에서는 “오늘 우리혁명의 진두에는 주체혁명의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령도자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서 계신다.”며 겉으로는 평온한 권력세습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에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 주체혁명의 위대한 새 승리를 위하여 더욱 억세게 무장해나가야 한다고”늘어놓고 김정은 정권이 전 정권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을 다짐하였다.
조속한 자유 민주평화통일을 갈망하는 우리들에게는 김정일의 돌연사가 김정은의 무모한 업적 쌓기 도발로 불러올 계획적 재앙을 조금은 면하게 되고 그로 하여금 아비 김정일의 비호를 믿고 모험을 일으켜 위기를 불러 올 짬을 주지 않고 적들의 불화나 고보차푸 같은 숨은 엘리트의 조기출현의 기회를 불러올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는 북한 실세들, 특히 무거운 제복과 군모에 찌든 장성들 틈에 끼어있는 초라해진 김정은과 김정은 뒤에 서있는 김정은의 직계의 가족의 초취한 모습을 보면서 이제 김정일의 직접적 보호가 살아진 김정은의 쇠락이 가까워 온 게 아닌가하는 측은(惻隱)감마저 느끼게 한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후, 그 사실을 숨기면서 사태를 직접 장악했다고 판단되는 20일 “대장명령 1호”라는 군의 원대 복귀명령을 내렸다고는 하나 그것이 항간에서 말 하듯 군을 완전히 장학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은 건국 후 60년을 지탱하며 김일성왕조를 굳혀 온 수령 절대주의 독재국가라는 것을 생각할 때, 김정일이 바삐 서둘기는 했지만 그래도 후계체제를 어느 정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음으로 일부 엘리트 혁명세력이 있다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상호 연대 반대세력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김정은의 의도대로 통치되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평화적 민족통일을 지향함으로 이런 불안정한시기를 이용하여 북조선을 흔들음으로서 저들의 감정적 단결을 촉구하지는 않을 것이나 북한의 발전적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북한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독재-경제부흥운동에 희망과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232명의 장례위원에도 끼지 못하고 효도를 중시하는 북한에서 장례식에 참석까지 불투명해진 장남 김정남을 위시한 해외거주 상주(喪主)들과 국내거주 김정일 가족들의 권력투쟁가능성도 주시해야하며 김정은의 세대교체에 따라 실세 군 통수라인에서 소외되어 있는 원로 군 장성들과 노동당내 세력 조직의 움직임도 주시하면서 평화통일에 유리하도록 은근히 손을 써야 할 것이다. 남한 정치인들은 지금 한창 김정일 조문문제를 놓고 시끄럽지만 정치인에 대한 조문은 말 그대로 존경스러운 면이 있고 평화와 문화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충정을 표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우리 민족과 조국은 물론 세계평화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아마도 많은 우국지사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는 고사하고 더러는 미소를 지은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염치가 있는 민족이니 죽움을 두고 환호는 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서 언급한 정도의 수위라면 그것은 조문이 아닌 지금 정도의 숙연함만으로도 우리의 예는 다한 것이라 본다. 전직 대통령 미망인이나 문정인 등 좌파정치인도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한국을 사랑하며 한국에 사는 이상 반민족자라는 혐의가 짙은 김정일을 위한 조문문제로 더는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