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의 역사철학(2013.8.10. 림관헌 이 아침에)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는 약 5만 년 전에 처음으로 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3만 년 전에는 그때까지 영장(靈長)이던 다른 종의 원시인간을 뒤로하고 이 지구상에 군림했다는 설이 고고학적으로 통설이 되었다. 하지만 현생 인류인 우리들의 조상의 이야기는 물과 빙하가 번갈아 천하에 가득했던 1만 2천년을 뛰어넘어 증거 할 수가 없으며 한때 지구를 누비던 다른 영장족이 어떻게 살아 졌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해답을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약 2만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 종이 함께 보내면서 이 인간들은 서로 신석기인류문화를 공유하였고 어떤 형태로든 공생(共生)하며 남프랑스 동굴벽화와 같은 믿기지 않는 고도의 문화의 흔적을 남기어 놓았다. 우리는 구전(口傳)이나 기록이 없어 그 역사를 잊고 있지만 오늘날 생물학적 DNA에는 300만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인류(人類)라 부를 두발(二足)동물의 역사적 변천과정이 그대로 기억으로 저장되었다고 하는 과학적 판단을 부정하겠는가? 우리는 과학의 무한한 발전을 믿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 인류의 역사이야기와 6 천년의 기록이 해독되는 것은 물론 1만2천년의 흐름도 읽어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렇게 장구한 역사적 안목으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보자. 필자는 오늘 날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중, 고대사 왜곡이나, 일본의 식민근대사 왜곡 그리고 심지어 북조선의 현대사 역사왜곡이 얼마나 하찮은 잠꼬대인지? 장구한 인류고대사에 비기면 엊그제 일에 불과한 근 현대사를 과학과 학문연구의 기본을 망각하며, 양심을 저버리는 망동(妄動)이 아닌가 생각하며 가슴 아파 한다.
역사는 오늘의 현실과 입장(立場)에 서서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다. 과거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대에 보편적 가치관과 미래지향적 천하(天下)관(觀)에 입각(立脚)하면 역사를 보는 눈은 달라질 수가 없다. 흔히 현대를 글로벌시대라고 지칭(指稱)한다. 글로벌시대에는 이 시대의 특성 즉 이웃이요, 모두 평등하며, 보편적 불문율이 지배한다고 보는 것이 우리 역사철학의 중심이다. 천하는 현 중국이라는 패권(覇權)국가를 위해 있지도 않고, 과거의 군국주의나 현재의 선군주의 망령이 팽배하는 일본이나 북조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빌리지(village)라는 천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위대한 역사철학자인 공자가 말 했다. 천하는 나(我)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위하여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 “내 부모만이 부모가 아니며 내 자식만이 자식이 아니다” 이런 입장이 되면 “천하는 내 집안을 위한 것만도 (天下爲家)도 아니요, 내 나라만 위한 것(천하(天下爲國)도 아니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좁게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요 넓게는 천하는 천하(公共)를 위한 것이다. 동아시아의 역사철학에서는 천하위공을 이른바 대동(大同)의 유토피아사회로 보고 개인이나 국가 등 공동체가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상대방에게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할 것이라는 보편적 정의를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혈구(絜矩)지도”를 주문한다. 이러한 역사철학, 홍익인간, 천하위공, 혈구지도는 모두 공자가 역사철학으로 집대성되어서 수천 년을 우리의 도와 덕으로 숭상하여 왔음을 상기하여야 한다.
우리는 지난 세기를 통하여 서구와 동구의 사상적, 이념적, 문화적 대립과 모순을 보아왔고 집단적 이기주의와 독재의 지배로 인한 폐해를 겪어 왔다. 지금 북조선의 선군주의와 핵위협의 폭력정치, 일본군국주의, 식민주의를 두둔하고 그 패륜행위의 사과를 두려워하는 일본 우파, 동 아시아의 패권을 다시 주장하는 중국의 역사왜곡, 그리고 이런 전근대적, 반 글로벌 시대적 발상에 동조하고 환호하는 소수 민족주의(Raisism), 지역적 인종주의-우중(愚衆)들의 단견(短見)을 일깨울 때다. 역사를 되돌려 2500년 전 공자가 살던 와일드한 반(反)문화적, 반도덕적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를 돌이켜 보며, 공자가 평화로운 세계(平天下)를 설파하며 천하를 주유하던 것을 다시 생각하여야 할 때이다. 그 때는 팽팽히 맛서는 나라가 다투어 이루지 못한 대동사회이지만 오늘의 글로벌시대는 그 누구도 자기나 집단의 뜻대로 세계를 끌고 갈 수 없게 되었다. 신뢰의 바탕 위에 혈구지도로 홍익인간(Prosperity)하는 천하위공의 길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첩경임을 모두가 자각할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