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와 분열주의
1271년 테무진이 몽고부족을 통합하고 단군 시대부터 불러온 이 지역 임금인 한(汗)이 되어 징기스칸(汗)이라 불려진다. 그와 그의 후계자등은 하늘의 뜻을 숭상하는 당시 중원의 금(金)나라 같은 이웃의 이(夷)족과 한족(漢族)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동쪽의 많은 민족을 복속(服屬)시켜 서쪽의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다민족국가를 건설하였다. 천하를 다스리려면 천하사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며 천하사람의 마음이 따라오는 정치를 해야한다며 각 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였다. 로마제국의 기독교사상뿐 아니라 회회교(이스람) 불교, 도교 등의 모든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각 종교의 성직자들이 각기 자기방식으로 국리민복을 축원(祝願)하고 출전할 때 성직자들이 자기종교의 이름으로 칸의 승전을 축수(祝手)하도록 하였다. 그는 천하는 하나의 이치이기 때문에 몽고의 칸은 손바닥이며 각기 다른 종교는 다섯 손가락에 불과하다고 여기었다. 그럼으로 천하(天下)는 그 천하에 하나뿐인 칸-자기를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천하로 불리는 몽고제국의 화평을 위해서 얼굴색깔, 코의 높이나 생김새가 각양 각색인 민족이 모두 한 백성으로 받아들여 젓다. 이것이 몽고민족의 혈통을 절대 중시하면서도 모든 민족을 정치적으로는 평등시하고 전세계를 아우르는 천하관(세계화)이라 하겠다. 로마가 망하고 몽고제국-원(元)이 붕괴하면서 대소 민족이 이합집산(離合集散)하고 국가간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서양에서 출발한 국수주의적 민족국가가 18세기와 19세기를 경쟁적 식민주의로 전락시키고 이 때는 미국, 중국, 쏘련 같은 다민족국가도 국가이익제일주의를 추구하여 도덕국가의 천하관이나 범 인류의 행복추구와는 거리가 먼 폐쇠적 민족주의, 자국(自國)제일주의가 지배하였던 불행한 시기다. 이들 민족의 배타적 적대적 대립은 20세기말까지 국가간, 또는 국가집단간의 극한적인 경쟁으로 위태위태하게 계속되어 약육강식의 무법천지가 되었다.
두 번의 세계 대전과 그 후 계속된 한국전쟁, 월남전쟁, 민족청소 등 헤아릴 수 없는 폭력전쟁을 거치면서 “세계평화”와 “전인류 행복”이라는 거시적 과제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것이 “국제관계”라는 명제대신에 “세계화”라는 인류공동목표와 방법론으로 미래지향적 세계가 실험대에 오른 것이다. 세계화는 환경문제, 재해와 질병대책, 생존 내지 인권 문제, 자유와 평등문제, 테러와 폭정문제, 대량살상무기 등 민족과 국가라는 테두리를 넘어서는 범 세계적, 전지구적 과제를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전지구적 평화와 행복을 지향하는 새로운 인류문화를 창출하려는 마당에 또다시 구 세기적 민족주의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9.11사태 후 부시가 테러방지차원에서 새롭게 진행하거나 강화한 일련의 세계질서 창출과정에서 집단이기주의나 국가, 민족이기주의가 반사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첫째로 테러집단이나 그 집단의 은신처제공을 이유로 공격을 받는 나라들이 종교나 민족의 이름으로 동일 집단의 단결을 호소하는 것이다. 둘째로 미국을 위시한 기득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대량살상무기, 특히 핵 확산 방지노력에 반항하는 나라들이다. 이란, 북조선이 그 예로 이들은 세계화를 거부하고 민족국가의 기본권리를 주장하면서 북조선은 남한에 대하여 민족공조(단결)를, 이란은 이슬람교도의 연대를 주장, 민족주의를 부추긴다. 구 쏘련 권의 민족분열을 목격한 중국은 민족연합에 의한 통일국가관으로 고구려, 발해 등 민족역사를 왜곡하면서도 세계화에 대항, 불럭화를 획책하고 있다. 새로운 저항집단의 등장을 염려한 미국의 동맹결속 내지 세력집단화경향을 이용한 일본의 폐쇄적 민족주의의 발현은 일본제국주의의 희생자였던 남한, 중국과 북조선을 미일의 대항세력권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렇게 21세기 세계화의 길목에서 살아난 일본의 국수주의, 중국의 권역주의, 이스람의 배타적 종교주의, 남북한의 맹목적의 민족공조는 분열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지구는 한 마을이 되었고 전 인류가 한 이웃인 21세기, 우리는 세계화를 통한 전 인류의 행복을 달성해야 한다. 그 길만이 폐쇄적 민족주의와 이기적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세계평화달성의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