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세월호데모인가?(2014.8.26. 림관헌 이 아침에)
천인이 공노(共怒)하고 하늘도 슬퍼한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그 누가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외면할 수 있으며, 양심을 저버리고 법령과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며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섞여 자신도 함께 어울려 살아온 우리들 자신을 보면서, 박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원칙을 지키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 나라를 바로잡자는 호소를 새삼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넉 달 전 그날, 위기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 있는 어린 학생들과 승객, 그리고 동료 선원의 안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제 목숨만 살자고 침몰하는 배를 빠져 나온 선장과 비정의 선원들, 그들의 범죄적, 반인륜적, 반직업적 행위는 두고두고 사회의 지탄과 자신들의 일생을 고통스럽게 하는 참회로도 벗을 수 없게 되었거니와, 줄줄이 엮여있는 사슬로 보아주기와 적당하게 대충-대충하는 위법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으며, 원칙을 따라 사는 것을 존경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짓을 미워도 하지 않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가야 정상화될 것일까?
사고소식과 현장사진을 보면서 남의 일 보듯이 “후진적 사고”라며, 감독기관이나 재난 구조공무원들의 탓이라 돌리며 사고 관련자들이 사고수습에 대한 법률, 제도, 매뉴얼에 따라했는지 여부는 따지지 못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정상배들의 꾸짖음에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고 가슴아파한 것은 필자 한사람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이웃나라의 해난사고와 자연재해에 대하여 놀라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타산지석의 가르침이 되어야하는 것을 잊은 것은 물론, 우리가 직접 당한 사고에 대하여도 그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지도 않은 체 다른 정치상황에 무쳐버리는 것이 비일 비재였었다. 세월호 참사는 그것이 어린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을 불러왔다는 것 외에는 과거의 다른 참사와 일맥상통하는 인(人)재(災)이며, 그것은 법령을 지키고, 정상적인 직업윤리를 따라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었고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공통분모(共通分母)였다.
많은 국민들은 비명횡사(非命橫死)한 승객들과 그 가족들을 조문하고, 구조작업에 뛰어들어 사투하는 관민(官民)관계자들의 희생과 노고를 위로하고, 사고원인과 책임을 철저하게 조사 규명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법제와 매뉴얼을 정비하고, 책임자를 의법 처단하는 조치를 취해기를 기대했었지 4개월여(餘)를 정략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책임 있는 정부관계자도 사고 직후부터 적절하고 각자의 지혜를 다해 최선의 방책을 강구하고 또한 재발방지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꿀 것도 약속하였다. 남은 것은 지금과 같은 무능, 실수투성이가 아니라 지혜롭고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규명하여 법령에 따라 형사상, 민사상, 행정법상의 책임을 물음으로서 일벌백계하며, 법에 따라 피해를 보상하고 피해가족을 위로하는 절차만이 남았다고 보여 진다. 소위 “세월호특별법”이 필요하다면 법적미비를 보완하는 국회의 입법과 행정부의 집행절차를 마련하는 것이지 기존의 수사절차를 정치적, 이익집단을 중심으로 특별수사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라면 극히 비정상적인 발상이며, 이미 여야간에 두어 번 정치적 합의를 깨트리면서 전문 데모꾼까지 끼어들고, 국가경제와 시민생활에 혼란과 불편을 주는 현 사태는 이제 중지되어야 한다.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한다하더라도 우리 이웃이 당한 슬픔을 함께 위로하고 돕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며 우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사망자와 가족에게 물심양면의 조문을 하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이다. 그러나 나라에 크고 작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자기이익만을 지키려 국가나 민족의 큰 이익을 저버리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거나(광우병 촛불시위 등) 자기 이념과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 직업적 데모꾼들까지 부추긴 사건(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강정해군기지 등)과 닮아가는 최근의 광화문 세월호데모 현장이 정말 세월호희생자들을 위로하려는 것인지 세배 네배의 시간을 차안에서 허송(虛送)하면서 탄식이 절로 나왔다.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로 한 발짝 물러나서 나, 우리, 나라, 민족, 세계를 차례로 살펴보는 이성을 되찾고 홍익인간(弘益人間)하는 자세로 돌아가, 이제는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기약하고 평화를 되찾을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