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관헌 2015신작시
#1 내 이모랑 놀던 바닷가가
쬐께 쬐꼬마였을 때
나의 예쁜 꼬마 이모 등에 어피기
그렇게-그렇게 좋더니
철이 들자 가버린
우리 이모 영혼의 방
창문이 되어 숨쉬는
보이지 않는
그 눈만 반짝 인다
오늘은
그냥 한-영산의
환영을 향해
당신의
그 예쁜 영상을 풀어
저 바람위에
훨훨 날려본다
달아 한라산 반 달아
꿈이 되어 버린
새벽녘 저 하늘자락
반쪽 달이 중천에 고두 서
회색 필목 펼쳐 입고
바람이 되어
한라산 자락에
펄럭 인다
이모의 그 치마폭 되어
바래버린
동양화폭에
달빛이 되어
돌아오는
임 소식이
뺨을 적시고
다시 어둠의 저쪽
적막한 하늘
구름에 빠질 가
가냘 푼 저 달
탐라 섬 오름 위엔
눈 부비는
바다구름 바람이 인 다
언제 덮였나
해무의 회색자락은
반달을 쪽 달로
얇은 저녁 커틴이 된
한라산 그림자
이모의 치마 폭
#2 봄 날에
모질고 춥던 그 겨울 복중에
봄이 잉태하여 자라는 것을
매화 꽃 망을 터지는 미소에
아! 햇살이 따듯 도 하여라
양지바른 숲
길 한쪽 언덕위에
어느새 달래 잎이 쫑긋하고
빗 나무도 자오양도 종달이도
다소곳이 손짓 한다
이따 봄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는
한 웅큼 뜯은 봄 이야기
봄이 오는 소리
어이여-어여
하늘로 퍼져가는
우리 아리랑
# 3 동인가 서인가
동에서 온 조상가진 이민자 자손들은
에덴동쪽 어딘가에 있는 낙원 그리며
아 그리워 그리며 동쪽을 찬양 하네
서에서 동쪽으로 해 따라 온 우리들
서방정토 극락세계 부르고 부르며
합장, 배례하고도 또 축수기도 한다
뿌리,
둥글고 둥근 것이 땅이라면
서쪽이 끝나기 전
해 따라 온 황혼
동이 틀 무렵에는 서산에서 달은 진다.
#4 아! 츱다
땅과 하늘사이
회색의 장막
안개구름의 엉성한 저밀도 공간
영하의 겨울추위
딱딱하게 얼어
굳어 버린
저 짐승의 심장
#5 정의란?
하늘 땅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 들
몸짓이나
말이라도 없었다면
아직은 세상에 정의라는 것 있었겠지
사람들
정의라 말하기 전에는
그대로 그것이 정의로 보겠지만
보는 이 없을 때만
그건 정말 옳다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그 누가 몰랐던가? 대나무 푸른 것을
아이고 아이고
정몽주 선생
#6 우리 고향은
고향
가고 싶은 곳
고향은 멀고멀다 노래들 하지만
그건 시인의 마음에서 고향인 걸
고향!
우리 고향은 바로 이곳
아름답게 빛나는 바로 이 자리
아! 아름답다
하늘 높이, 높이 돌 던지던
철부지 소녀 무지개 따던 곳
시인은 꿈을 꾸듯 또 말 하지만
그것도 시인의 고향
꿈 이야기
그늘이 당도한 저 마당 앞에
봄은 왔느냐
잔디는 푸르러
#7 새해 아리랑
해가 바뀌랴
천지 그 본이 변하랴마는
이름 바꾸며 새해라-
<기축>년이라
또 한 해를 꾸미려고 여기 모였다
불 도롱태 두 뿔로 밀며 오는 <황소>
검은 물결을 가로질러
어둠 치며 떠오르는 태양아
높이 치 소사라
밝게 비추어라
구름이 흐 터지고
푸른 물결 춤을 춘 다
이 땅에 둥지 틀고 한나라 심는 우리
쇠- 북- 맞추어 두둥실 춤을 추자
-노래1절-
세계 방방곡곡 떼 지어 가 –
한나라 씨 뿌리며 우리가 사 네
울안에 부대끼며 우리가 사 네
– 후렴 –
아리랑 -아리랑 알 – 알이요
아리랑 고개가 우리에게 이안에 있네!
– 노래 2절 –
치우 천왕 쇠 불 태는 태양이 되어
동역하늘 드높이 불로 타더니
오늘은 이 울안에 새롭게 타네
– 후렴 –
-노래 3절-
우리 여기 왔으니 잘살아보세
모두 하나 되어 잘살아 봐요
이웃도 우리 울에 모여들어라
– 후렴 –
2009(기축 년)원단 새벽 미시간 호반에 모인 동포와 함께 소리 높여 불러 볼 새해 아리랑
<>만 바꾸어 돌며 부를 우리 아리랑
#8 하늘이 내려와 쉬더니
어둠이 대지를 덮고
하루의 피로에 지친
우리들 어깨 위
너절 대는 공간에
검푸른 하늘이 내려와 쉬더니
아 이른 아침
아무도 깨나기 전
적막 위에
이슬을 털고 살며시 떠난 자리
청량한 바람만
영원을 노래한다.
아스라한 시공
그 너머 태초의 빛살이 하나로 뭉치어
제일 밝은 태양을 낳아 놓고
세상에 검은 것은 다 모아
아주 두꺼운
장막으로 무대를 가리어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런 신비의
아침 언덕에
쏟아 부은 듯
적막을 사랑하는
어둠을 즐기는 신들이 모인
달도 없는 그런 저녁나들이
그런 하늘이 나려와 쉬더니
아
이 평강
흩트리지 말지니
아주 느리게- 느리게 오라
긴 숨 들이 쉬며
편안히 오라
#9 호랑이 해-새날 새아침에
반만년 전에는
호랑이 할배가 더 사나워 씅게
곰 어매가 늘 젓지랑
하지만
하늘눈 가진 사람이 보명
고마가 늘 착한지라
호랑이는 내처져
어흥, 어흥
산에서나 왕이었네
세월이 가서
곰 자손이 가득 사니끼
호랑이가 숨어버렸어
그렁저렁
시상이 확 확 바뀌면서
호랑이는 곰이 무섭고
곰도 무서운 것이
너무 많고 많아
잉 힘든 시상 되었제
시절도 시상도
대판 난장판이 되어 쌈질하며
곰, 호랑이 가리지 않고
힘 겨루다
슬금슬금 짐승들 사라 진 자리
우린 여기모여
동역에서 굴러오는
불 도롱태 보며
환호 한다
아! 호랑이다 곰이다
우리는
미시간 호변에 모여
눈 부비며 떠오르는 태양
새해, 새아침, 새해라
한 식구 되어
땅 밟기
한바탕 함께 춤추고
희망을 노래한다
#10 무이산 구곡
주자선생 발걸음이
칠백년 흐르는 구곡
맑디맑은 물 위에
그림자로 남았는가!
구곡에서 일곡까지
청류 푸른 산, 구름도 한가하다
유유자적(悠悠自適)
바람결에 춤추는
노 젓는 소리
찌그덕 지그덕
아 ! 뗏목에 기댄 이 몸도
천년의 꿈에서 논다
#11 부처님 오셨네사월 햇살
찬란하다.
봄바람 살랑이는.꽃물결
눈부시게 황홀하다이제 돌아왔는가.기쁨 나누며 떠 들썩 한 친구들 그 깜깜한 죽움의 세월기다림
인고의 세월새들 재재 지껄. 오가는 하늘 빛그 따뜻함이여오늘
오! 아름다워라
아기 부처님
부처님 오시는 길
#12 조계사 앞 철죽꽃
조계사 앞마당은
부처님 오신다고 부산도하다
뜰 앞에 진분홍 철죽,
아기 부처일세
사바세계 번잡한데
선정에 드시었나!
가는 이, 오는 이
무심의 미소
오늘도 염화미소
깨닳고 가소
#13 내설악 백담사
내 설악
백담사
산은 부드럽고 단풍은 고운데
흐르는 물 맑아
바람을 닮아
가는 듯 멈춘 듯
버리고 비우고 고요하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엇하나 할 일이 없네
노자는 하늘을 보고
부처는 낮잠에 들었는가
은밀한 속삭임
아주 멀리서 들리더니
들릴 듯 말 듯
봉긋 봉긋 터지려는 벗은 나뭇가지 끝
작은 새의 그 뾰쪽한 부리 입 맞추며
우체부가 놓고간 편지속에서
떠난 줄 알았던 친구가
아주 은밀히 솎사기네
#14 봄 눈
봄을 세운다는 입춘이 지나고도
회색의 두툼한 구름 어디쯤에
저 큰 힘,
찬 단근질로 어름수정 만드나
현란한 하늘 햇빛아래 피어오르는
구름세상 아래
무겁게 결집한
하늘의 정령
수정 알 투명한 구슬이여
어께동무하고 날개 꿈꾸며 뛰어 내려
너무 먼 땅위까지 어지럽게 날라
수정은 날개를 편 하얀 솜털 꽃 되다
원무
손 맞잡고 춤추며 내려오는 길에
마중 나온 솔바람에 끌리고 밀리며
아! 봄눈이 속말하며 펄펄 내리고
#15 역사의 시작
호랑이 하나
곰은 둘
셋, 넷, 다섯,
그렇게
한 굴에서 함께 살적엔
오늘이 새날인 걸
날마다 새해가 돋아 오르는
새 날인 걸
캄캄한 굴속이라 알질 못 했네
오늘 황금빛 불 도롱태
저 수평선 끝자락 부글 부글 끌리며
굴 박으로
저 떠오르는 태양
그 본 태양
아-
웅장도하다
위대한 새날의 시작이여
#16 양귀비 꽃
(2015.6.24. 배링톤)
6월도 네 번째 주
그 긴긴 날 뜨거운 햇살 피해
ㅇㅇ양귀비
송이
송이
붉게
붉게 피었다
저 푸른 하늘
흰 구름
그 어디서
저런 빨간 정령들 모여
꽃빛으로 속을 채웠을까
짧은 하지 날 밤
새들도 잠이든 사이
쌓인 설음의 무게
뚝 뚝
떨어져 내려
무성하게 자라버린
이 파란 잎에
풀석
풀석
떨어져 내렸나보다
핏빛 멍이
아직도 채 마르지 못해
몇일이나 지나야
그 설음 다 할까
아-
몇 밤을 더 기다려야
그 애들 모이려나
고개 떨군 앵속
트리뷴지 칼럼리스트 또는 객원논설위원으로 글씀
○ Goldman Products Inc. 대표, 환태평양문화재단 이사장, Chicago East University 이사장(현재)
○ E-mail : kwanrim@yahoo.com
#1 내 이모랑 놀던 바닷가가
쬐께 쬐꼬마였을 때
나의 예쁜 꼬마 이모 등에 어피기
그렇게-그렇게 좋더니
철이 들자 가버린
우리 이모 영혼의 방
창문이 되어 숨쉬는
보이지 않는
그 눈만 반짝 인다
오늘은
그냥 한-영산의
환영을 향해
당신의
그 예쁜 영상을 풀어
저 바람위에
훨훨 날려본다
달아 한라산 반 달아
꿈이 되어 버린
새벽녘 저 하늘자락
반쪽 달이 중천에 고두 서
회색 필목 펼쳐 입고
바람이 되어
한라산 자락에
펄럭 인다
이모의 그 치마폭 되어
바래버린
동양화폭에
달빛이 되어
돌아오는
임 소식이
뺨을 적시고
다시 어둠의 저쪽
적막한 하늘
구름에 빠질 가
가냘 푼 저 달
탐라 섬 오름 위엔
눈 부비는
바다구름 바람이 인 다
언제 덮였나
해무의 회색자락은
반달을 쪽 달로
얇은 저녁 커틴이 된
한라산 그림자
이모의 치마 폭
#2 봄 날에
모질고 춥던 그 겨울 복중에
봄이 잉태하여 자라는 것을
매화 꽃 망을 터지는 미소에
아! 햇살이 따듯 도 하여라
양지바른 숲
길 한쪽 언덕위에
어느새 달래 잎이 쫑긋하고
빗 나무도 자오양도 종달이도
다소곳이 손짓 한다
이따 봄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는
한 웅큼 뜯은 봄 이야기
봄이 오는 소리
어이여-어여
하늘로 퍼져가는
우리 아리랑
# 3 동인가 서인가
동에서 온 조상가진 이민자 자손들은
에덴동쪽 어딘가에 있는 낙원 그리며
아 그리워 그리며 동쪽을 찬양 하네
서에서 동쪽으로 해 따라 온 우리들
서방정토 극락세계 부르고 부르며
합장, 배례하고도 또 축수기도 한다
뿌리,
둥글고 둥근 것이 땅이라면
서쪽이 끝나기 전
해 따라 온 황혼
동이 틀 무렵에는 서산에서 달은 진다.
#4 아! 츱다
땅과 하늘사이
회색의 장막
안개구름의 엉성한 저밀도 공간
영하의 겨울추위
딱딱하게 얼어
굳어 버린
저 짐승의 심장
#5 정의란?
하늘 땅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 들
몸짓이나
말이라도 없었다면
아직은 세상에 정의라는 것 있었겠지
사람들
정의라 말하기 전에는
그대로 그것이 정의로 보겠지만
보는 이 없을 때만
그건 정말 옳다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그 누가 몰랐던가? 대나무 푸른 것을
아이고 아이고
정몽주 선생
#6 우리 고향은
고향
가고 싶은 곳
고향은 멀고멀다 노래들 하지만
그건 시인의 마음에서 고향인 걸
고향!
우리 고향은 바로 이곳
아름답게 빛나는 바로 이 자리
아! 아름답다
하늘 높이, 높이 돌 던지던
철부지 소녀 무지개 따던 곳
시인은 꿈을 꾸듯 또 말 하지만
그것도 시인의 고향
꿈 이야기
그늘이 당도한 저 마당 앞에
봄은 왔느냐
잔디는 푸르러
#7 새해 아리랑
해가 바뀌랴
천지 그 본이 변하랴마는
이름 바꾸며 새해라-
<기축>년이라
또 한 해를 꾸미려고 여기 모였다
불 도롱태 두 뿔로 밀며 오는 <황소>
검은 물결을 가로질러
어둠 치며 떠오르는 태양아
높이 치 소사라
밝게 비추어라
구름이 흐 터지고
푸른 물결 춤을 춘 다
이 땅에 둥지 틀고 한나라 심는 우리
쇠- 북- 맞추어 두둥실 춤을 추자
-노래1절-
세계 방방곡곡 떼 지어 가 –
한나라 씨 뿌리며 우리가 사 네
울안에 부대끼며 우리가 사 네
– 후렴 –
아리랑 -아리랑 알 – 알이요
아리랑 고개가 우리에게 이안에 있네!
– 노래 2절 –
치우 천왕 쇠 불 태는 태양이 되어
동역하늘 드높이 불로 타더니
오늘은 이 울안에 새롭게 타네
– 후렴 –
-노래 3절-
우리 여기 왔으니 잘살아보세
모두 하나 되어 잘살아 봐요
이웃도 우리 울에 모여들어라
– 후렴 –
2009(기축 년)원단 새벽 미시간 호반에 모인 동포와 함께 소리 높여 불러 볼 새해 아리랑
<>만 바꾸어 돌며 부를 우리 아리랑
#8 하늘이 내려와 쉬더니
어둠이 대지를 덮고
하루의 피로에 지친
우리들 어깨 위
너절 대는 공간에
검푸른 하늘이 내려와 쉬더니
아 이른 아침
아무도 깨나기 전
적막 위에
이슬을 털고 살며시 떠난 자리
청량한 바람만
영원을 노래한다.
아스라한 시공
그 너머 태초의 빛살이 하나로 뭉치어
제일 밝은 태양을 낳아 놓고
세상에 검은 것은 다 모아
아주 두꺼운
장막으로 무대를 가리어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런 신비의
아침 언덕에
쏟아 부은 듯
적막을 사랑하는
어둠을 즐기는 신들이 모인
달도 없는 그런 저녁나들이
그런 하늘이 나려와 쉬더니
아
이 평강
흩트리지 말지니
아주 느리게- 느리게 오라
긴 숨 들이 쉬며
편안히 오라
#9 호랑이 해-새날 새아침에
반만년 전에는
호랑이 할배가 더 사나워 씅게
곰 어매가 늘 젓지랑
하지만
하늘눈 가진 사람이 보명
고마가 늘 착한지라
호랑이는 내처져
어흥, 어흥
산에서나 왕이었네
세월이 가서
곰 자손이 가득 사니끼
호랑이가 숨어버렸어
그렁저렁
시상이 확 확 바뀌면서
호랑이는 곰이 무섭고
곰도 무서운 것이
너무 많고 많아
잉 힘든 시상 되었제
시절도 시상도
대판 난장판이 되어 쌈질하며
곰, 호랑이 가리지 않고
힘 겨루다
슬금슬금 짐승들 사라 진 자리
우린 여기모여
동역에서 굴러오는
불 도롱태 보며
환호 한다
아! 호랑이다 곰이다
우리는
미시간 호변에 모여
눈 부비며 떠오르는 태양
새해, 새아침, 새해라
한 식구 되어
땅 밟기
한바탕 함께 춤추고
희망을 노래한다
#10 무이산 구곡
주자선생 발걸음이
칠백년 흐르는 구곡
맑디맑은 물 위에
그림자로 남았는가!
구곡에서 일곡까지
청류 푸른 산, 구름도 한가하다
유유자적(悠悠自適)
바람결에 춤추는
노 젓는 소리
찌그덕 지그덕
아 ! 뗏목에 기댄 이 몸도
천년의 꿈에서 논다
#11 부처님 오셨네사월 햇살
찬란하다.
봄바람 살랑이는.꽃물결
눈부시게 황홀하다이제 돌아왔는가.기쁨 나누며 떠 들썩 한 친구들 그 깜깜한 죽움의 세월기다림
인고의 세월새들 재재 지껄. 오가는 하늘 빛그 따뜻함이여오늘
오! 아름다워라
아기 부처님
부처님 오시는 길
#12 조계사 앞 철죽꽃
조계사 앞마당은
부처님 오신다고 부산도하다
뜰 앞에 진분홍 철죽,
아기 부처일세
사바세계 번잡한데
선정에 드시었나!
가는 이, 오는 이
무심의 미소
오늘도 염화미소
깨닳고 가소
#13 내설악 백담사
내 설악
백담사
산은 부드럽고 단풍은 고운데
흐르는 물 맑아
바람을 닮아
가는 듯 멈춘 듯
버리고 비우고 고요하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엇하나 할 일이 없네
노자는 하늘을 보고
부처는 낮잠에 들었는가
은밀한 속삭임
아주 멀리서 들리더니
들릴 듯 말 듯
봉긋 봉긋 터지려는 벗은 나뭇가지 끝
작은 새의 그 뾰쪽한 부리 입 맞추며
우체부가 놓고간 편지속에서
떠난 줄 알았던 친구가
아주 은밀히 솎사기네
#14 봄 눈
봄을 세운다는 입춘이 지나고도
회색의 두툼한 구름 어디쯤에
저 큰 힘,
찬 단근질로 어름수정 만드나
현란한 하늘 햇빛아래 피어오르는
구름세상 아래
무겁게 결집한
하늘의 정령
수정 알 투명한 구슬이여
어께동무하고 날개 꿈꾸며 뛰어 내려
너무 먼 땅위까지 어지럽게 날라
수정은 날개를 편 하얀 솜털 꽃 되다
원무
손 맞잡고 춤추며 내려오는 길에
마중 나온 솔바람에 끌리고 밀리며
아! 봄눈이 속말하며 펄펄 내리고
#15 역사의 시작
호랑이 하나
곰은 둘
셋, 넷, 다섯,
그렇게
한 굴에서 함께 살적엔
오늘이 새날인 걸
날마다 새해가 돋아 오르는
새 날인 걸
캄캄한 굴속이라 알질 못 했네
오늘 황금빛 불 도롱태
저 수평선 끝자락 부글 부글 끌리며
굴 박으로
저 떠오르는 태양
그 본 태양
아-
웅장도하다
위대한 새날의 시작이여
#16 양귀비 꽃
(2015.6.24. 배링톤)
6월도 네 번째 주
그 긴긴 날 뜨거운 햇살 피해
ㅇㅇ양귀비
송이
송이
붉게
붉게 피었다
저 푸른 하늘
흰 구름
그 어디서
저런 빨간 정령들 모여
꽃빛으로 속을 채웠을까
짧은 하지 날 밤
새들도 잠이든 사이
쌓인 설음의 무게
뚝 뚝
떨어져 내려
무성하게 자라버린
이 파란 잎에
풀석
풀석
떨어져 내렸나보다
핏빛 멍이
아직도 채 마르지 못해
몇일이나 지나야
그 설음 다 할까
아-
몇 밤을 더 기다려야
그 애들 모이려나
고개 떨군 앵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