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새해맞이
몇 사람이 모여 고국을 생각하며, 미시간 끝없는 호반 거센 찬바람 속에서 조촐하게 새해맞이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둠이 깔린 호수 가에는 방파제 큰 바위를 의지 삼아 쪼그리고 앉아 비는지 기도하는지? 그렇게 촛불 앞에 앉아있는 동양여인네를 몇 식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새벽기도를 나온 열성파 어느 기독교인들이겠지 짐작은 하면서도 아무리 보와도 정월 초하루 새벽에 돌을 쌓아만든 장광앞에 정갈한 집단 깔고, 정한수 한 그릇 떠받히고 정성스레 촛불 하나 밝히고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우리 어머니들 닮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도 험악한 세상인데 인기척이 없는 호수가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저렇게 기도하다가 부량자라도 맞닥트리면 어찌 할고? 그런 걱정 말입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2000년 새해를 맞게 되는데 다른 해와 많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 천년에 무시무시한 변화가 올지도 모근다는 주술(呪術)이 섞인 그런 분위기가 1999년 내내 사람들의 심기를 살짝 불안하게 만들어 놓았고 그런 기독교적 세기말 우려에 더해서 컴퓨터가 00을 오독하여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그럴듯한 장사 속 같은 위협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였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다른 해의 새아침과는 다른 기분이었고 이런 저런 우려를 씻으려는 듯 많은 한국 사람들도 로랜스와 몬트로스사이의 호변으로 몰려왔습니다.
그해에는 대형천막을 친 어느 한인 교회의 천막 새벽기도회가 호변의 모진 바람을 쉬어가게 하고 징만 가지고 나온 필자를 응원이라도 해주듯 마당집 소속 젊은 4물놀이패가 나와 함께 한바탕 해맞이 굿을 펼치며 산책나온 주류시민까지 어울린 한 마당을 펼쳐 보였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은 교회의 새벽기도나 여인네들의 홀로 기도도 살아지고 이렇게 사물놀이, 소원소지 불 피어 올리기, 홧톳불 뛰어넘기에 모두 어울려 한바탕 놀아대는 한국인의 해맞이 행사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 몇몇 동참자들은 차례(茶禮)를 지내기 위해 떠나고 인근 24시간 영업하는 한식당을 찾아가지만 몇 번인가 정월초하룻날을 쉬는 바람에 맥도널드에 가서 함께 아침을 때우고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2004년부터는 마당집 외에 한인 런너스구룹이 참여하고 뜻있는 한국식당에서 떡국을 무료로 봉사하는 복덕을 쌓아서 한결 미시간 호변의 한국인 새해맞이행사를 넉넉하고 볼품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수만리 떨어져 나와서도 우리정서를 마음 것 펼 수 있도록 버려두는 이곳 주류사회에 감사하고 우리것을 소중이 여겨 지키는 동포 특히 젊은이들에게도 감사하며 물심양면으로 새해를 자랑스럽게 출발하도록 도와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생각을 갔게됩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미시간 호변에서 열리는 이 새해맞이 행사가 더욱 알차고 즐겁게 되어가길 바랍니다. “무자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시는 2007. 12. 31. 하늘 위에서 아니 2층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에서 저 운(雲)평선 을 지나 다시 하늘이 맞닿는 곳에서 마치 얇은 너울구름 속을 치솟는 대양에서 태양이 솟듯 현란한 황적색 구름을 제치고 치솟는 황금빛 아침 해를 보고 지은 것입니다.
무자년 새해맞이
지새워 기다리는 섣달그믐 지난 새벽
어둠으로 침잠된 검푸른 대양의 동역
기지개 키며 치솟는 저 황금의 태양아
억만년은 이처럼 새롭게 나며나며
새해 초하루 삼원의 붉은 빛살을 뿌려
이 백성 머리위에 새 생명 퍼 부어라
보라 저 붉게 끓어오르는 현란한 아침
친구여 이웃이여 징치고 북 울리라
하늘과 땅이 시작하는 새 새해맞이
줄줄이 손에 손 마음으로 동아리 틀고
화톳불 길길이 뛰고 넘어-넘어 어허 둥둥
일마다 날마다 상사(祥事)되는 한마당
어허-어허.. 상사디야 어허둥둥 상사로세
어허-어-허 상사—디야
아하-어-허 상사디야
2008. 1월 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