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기행 IV (본교와 라마교)-2017.5.
오늘은 아침 일찍 티베트의 제2도시이며 천축으로부터 불교가 전래한 시가체(Shigatse)에 있는 초기 라마교 성지를 돌아보려고 소형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발지인 청량한 라사의 아침 공기와 해 맑아 따뜻한 아침햇살은 태초의 그것인양 포근하고 편안하여 사람마다 “옴 마니 반매 흠”을 흥얼거리게 하는가 보다. 3백만의 인구와 30만 개의 봉우리와 3만개의 탑과 솟대, 3천 개의 하늘사다리와 1500개의 호수가 있다는 티베트에 이제는 가까운 중국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미국을 포함하는 서양에까지 오래전부터 친구가 되어 여행객이 북적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티베트, 오늘은 나도 그 사촌 쯤 되어 라싸보다 더 티베트 적이라는 시가체를 음미해 보련다. 라사(Lhasa)에서 모든 고대종교의 성지, 설산 카일라시(Mt. Kailash), 가장 오래된 종교 중 하나인 티베트의 본교(本敎)의 성산이며 싯달타 고오타마-석가세존의 전생이라는 본교의 대 종사-톤파 세랍(tonpa Shenrap)이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건지었다는 본교의 발상지인 카일라 산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시가체는 네팔과 부탄, 그리고 샹글리아, 무스탕, 삼발라 등 서양 사람에게 이상향, 동양의 무능도원으로 알려진 명승지와 세계의 지붕 에베레트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라사가 티베트의 정치, 종교의 중심지답게 포탈라 궁, 조캉사원(대소사)이 자리한 수도라면, 시체카는 테베트의 교통의 요지로 티베트의 문물이 흐르는 요충지라 할 것이다.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난 버스는 어제 저녁 내 차가워진 찬 공기가 아직 태양의 열기를 받지 않아 선선한 아침 7시 반, 라사의 거리는 한 방향으로 법륜을 돌리며 행진(?)하는 아침 사원 순례 객이 길을 메우고, 우리들은 그 행복하고 무념, 무상에 잠기었는지 그냥 걸어만 가는 행렬사이를 이리 저리 비비며 점점 한적해지는 고속도로(한국의 지방도로 같은)로 천천히 빠져들고 있었다.
한참 사색에 잠겨 멀리 설산이 보이고 강이 유유히 흘러, 전혀 4,000m고원도 그저 평범한 평원같이 보이는 티베트의 고원, 멀리 설산이 보이고 흰 뭉게구름이 넋을 놓고 쉬고 있는 둔덕 같은 갈색 산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때서야 가이드의 이야기가 귀에 들러오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부탄으로 가는 길, 네팔로 가는 길, 이 길들이 수천 년 전에도 이렇게 짐짝을 실고 동과 서, 남과 북으로 이리저리 사람과 물건이 오고 갔으리! 보통사람 싯달다 태자가 고행과 선정 끝에 크게 깨달아 석가집안에 큰 성인(모니)인 부처가 되시어 이 세상에 그의 깨달음을 전파하기 이전부터 이 시카체로 가는 길은 본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불교이전부터 옛사람들이 수없이 지나갔을 것이고 성산 카일라시로 가고 오는 선인들이 끊이지 아니 하였으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티베트의 저 오색이 어우러진 룽다는 삼법인으로 상징되는 불가의 전통과는 멀고멀어 우리나라 계룡산이나 지리산 골자기 쯤이나 갯가의 당집근방에 있을 선왕당(성황당)에서 볼 수 있는 무속 전통과 통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하였다. 그러니까 지금 티베트 어디서든 보이는 라마교사원은 불교적 전통이 아니라 옛날,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부터 티베트와 네팔지역에서 성행하던 본교의 전통을 이은 토속신앙의 전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스는 티베트의 어머니 강이라 불리며 파미르고원에서 시작하여 티베트 고원을 관통하고 부탄을 꺾어 돌아 벵갈만으로 들어가는 간지강 중류를 따라 수장(水葬), 조장(鳥葬) 광경도 멀리서 보면서 자색의 들꽃이 펼쳐진 강둑을 따라 각기 치장을 한 창호라는 큰 사자를 닮은 개들이 지나가는 유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일행도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개들의 그 화려한 장신구들을 감상도 했다.
티베트 불교사원은 라사에서 달라이라마가 그러듯이 이곳 시카체에서도 1919년에 창건된 무술사원인 계륵파 세라사원이 이 지방의 머리사찰이이며 타시룸포가 판체라마의 주거지로, 또 정교일치의 청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라사가 티베트 정치의 수도라면 이곳은 요새와 같은 인상이고, 수도승들도 퍽 진지하게 바리공양과 토론하는 장면까지 볼수 있었던 것은 인상적 이었다. 스님들은 자주와 적색을 혼합한 티베트불교와 본교가 거의 같은 모양의 특유한 법복을 입었는데 나무 그늘 밑에서 보리 가루, 치스, 수유를 오른 손으로 믹스하여 바루 하나에 담긴 공양을 들고 있었고 공양을 마친 스님들이 손짓과 몸짓으로 법 문답을 하며 손뼉을 치기도 하고 소리로 지르는 것을 보니 아마 선문답을 하는 듯하였다. 라마의 사원에서 행해지는 엄숙한 경행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행선을 보는 듯,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