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전직대통령죽음을 애도하면서
고국의 전직대통령의 불의의 서거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고인과 유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내외 동포들과 더불어 위로와 유감의 말씀을 나누고 싶다.
지난 5년간 그 분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신문, 방송 등 언론과 세미나 등을 통해 글과 강연을 통해 그의 좌파적 언행 특히 정부정책결정에 대하여 힐난하게 비판해 온 필자로서는 노 대통령의 서거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현재 사고가 난 봉화마을주변과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양분론 내지 적대적 대립현상과 감정적 이상기류에 대하여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민주주의정치는 다 그런 것이고 그런 와중에서 변화- 발전- 쇠망하는 것이라고 보면 할 말이 없지만 대통령의 죽음까지도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진정으로 그를 따르고 따랐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온전한 애도 내지 추모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의 유서나 최근의 행적에서 짐작하겠지만 그는 개혁정치를 내세우고도 실제 결과는 그가 대통령 취임 초에 공직자와 경제인 등 모든 국민들에게 선언했던 만약 부정부패행위를 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할 것이다”라는 경고를 자기 자신이 그대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생 사리의 허망함을 느끼게 하여준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시절 대우건설사장 남 모씨에게 좋은 학교 나와 성공한 사람이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굽실거리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며 부정행위를 면박, 그 후 그 사장이 자살한 것도 본 그이니 더할 말이 없어진다. 그는 “비교적 재물에 대해 욕심이 적어 서민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 특히 동지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다는 전직 대통령보다는 아주 작은 부정을 했다는 세평”에 걸맞게 퍽 양심적인 정치인이며 그렇기 때문에 결국 죽음으로서 모든 매듭과 결연(缺然)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요 민족의 운명을 지키는 군의 최고 통수권자라는 자리에 있던 분이 자살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도 했을지 모르는 상황을 불러 올수도 있었다는 일부 우려에서 보듯 안으로는 참담하고 밖으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그와 그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최근의 검찰수사를 원망하고 그의 정치적 반대세력인 현직대통령의 조화를 훼손하고 일부정치인들에 대한 조문봉쇄를 위한 행패 등 적대행위는 고인을 위한 길이 아니며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이 감정을 법위에 두는 부끄러운 행태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정치인의 조문을 저지하겠다는 봉화마을 주상(主喪)들의 행동이 예(禮)가 아닌 것은 그것을 알면서 문상을 강행하겠다는 사람도 예가 아니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서거소식을 듣고 “동지를 잃었다”고 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28일 전직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서울역에서 문상하면서 “노 대통령이 겪은 치욕, 좌절감을 겪으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할 것 같다”고 말하고 “국민들은 그런 시원한 남자가 처음이라고 생각 한다”고 한 것은 국노(國老)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말이고 조국을 돕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나는 수사하지 마라. 대통령은 불법을 해도 수사해서는 안 된다. 만약 수사하면 나라도 자살할 것ㅌ이다.’. 라는 말로 쉽게 말했으면 국민들이 쉽게 알아들었을 것고 그것을 비난했을 것이다.
필자나 많은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시원한 남자”가 한일이 아니고 오히려 정정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벗으려는 “극단적 행동을 한 남자”로는 평가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이 이번 문상 길에 남긴 불평과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찬사 같은 평가는 그것이 봉화마을 많은 상주들의 생각과 같다하더라도 노무현 영가(靈駕)에 대한 좋은 추모사도, 놀란 국민들에 대한 좋은 위로의 말도 되지 못 한다는 생각이다. 고인의 말대로 인생이 한조각 자연의 생멸과 같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런 인생길을 되짚어 보고 후회 없는 삶을 찾아야 하고 특히 조국의 위정자들에게는 큰 교훈으로 남겨 저야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은 것이며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국가 봉공의 길도 될 것 같다.
생(生) 야 일편(一片)부운(浮雲) 기(起)요 사(死)야 일편부운 멸(滅)이라
노무현 영가의 극락왕생을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