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버로 통하는 길
7월2일 오후5시 45분 오헤어에서 런던으로 가는 부리티시에어 항공기는 시카고의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한 시간을 연발하여 히드로 공항에는 예정보다 한 시간 15분이 늦은 3일 오전 8시에 도착하였다. 하늘에서 보는 런던 히드로 비행장 활강 주변은 시카고지방의 중소 도시같이 평지에 숲과 들이 알맞게 짜여 보이는 집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는 아름다운 전원도시 같이 보였다. 7시간의 비행시간 중 내내 조용하기만 하던 아내가 걱정스런 눈을 하며, 이제는 어떻게 하겠느냐하는 듯, 나를 은근하게 겁주었다. 사실 필자도 걱정을 말라며 큰 소리쳤지만 그 동안 안내인만 따라다니던 유럽여행과는 달리 이번에 처음으로 안내자 없이 용감하게 에딘버러 여행을 강행하였으니 그것은 같은 영어를 쓰는 나라인데 미국, 캐나다와 무엇이 다르랴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 용기는 까짓것 토 배기들 콧대는 높다지만 스코트랜드라고 뭐 크게 다르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Edinburgh를 부를 때 “에딘버”라 할까 “에딘버그”라 할까 망 서려 지는 내 영어실력을 어떻게 믿고 장담을 했는지 은근히 걱정은 커지고 아내의 시선은 더욱 나를 위축시키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는 내색은 못했지만 어디쯤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할지, 졸다가 도착역을 지나칠 까보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쾌적한 부리튀시 퍼스트 클래스에 몸을 실고 푸른 영국해협과 비단결 같은 밀밭, 한가롭게 노는 백양 떼를 보며 감탄하다가 천하태평이 되어 하품 몇 번하고 끄덕-끄덕 조는 아내가 부럽기까지 했다.
식당 칸이 달린 1등석인지라 자리도 편하고 음식을 먹기 위한 이동도 쉬워 5시간이 지루할 사이도 없이 아직도 고색을 풍기고 있는 에딘버러역에 도착하였다. 독특하게 생긴 택시로“맥도놀드 홀리우드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사양하는 아내는 쉬게 놔두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롭고 뜻이 깊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주제의 토론장으로 향했다. 근대 민주주의의 모법이 된 영국이 불란서가 민중혁명이라는 우악스럽고 감성적인 세력의 폭력수단을 거쳐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과는 달리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를 거쳐 내려온 설득과 토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로 온 것을 상기케 하는 모임이었다. 이는 또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모델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여 250여 년 전 영국이 세계중심국으로 가도록 움직일 수 없는 역할을 한 아담 스미스이론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아담 스미스의 불휴의 명작인 “Wealth of Nation/국부론”은 그것이 정부기관의 요청에 의한 정책자문으로부터 시작한 것임을 상기할 때 그 당시 실용적 발상을 위대한 경제철학으로 승화하고 현실에 대한 재발견을 총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창의적인 활동을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각자의 이기적인 활동이 추악한 것이 아닌 국부의 원천으로 인정하며, 비과학적-종교적-선험적 결정론을 극복, 개인의 창의력과 분업, 이기심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위대한 창조(創造)어를 사용하여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설파했다. 그 당시 세상사를 신의 계획으로 믿어야 하는 세태에 정면으로 이설을 내 놓으면서도 실용적 논증으로 새로운 사고의 기초가 되고 다윈의 ”적자생존“이론에 극적인 영향을 미쳐, 당시 모든 과학을 봉쇄한 창조계획 론에 도전하는 계기를 준 것은 큰 용맹이 아닐 수 없다. .
아담 스미스는 강단과 개인교수, 세관장으로서 그 당시 에딘버러에서 큰 존경과 넉넉한 재산을 얻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의 이론이 영국의 산업혁명의 완성, 미국독립정신과 세계물질문명의 이념적 모델로 군림, 그의 영광은 영국과 세계를 덮었다. 특히 20세기 초, 자본주의를 극복한다며 “독재의 힘”으로 권력이 개인의 자유위에 있던 공산주의가 70년 만에 스스로 멸망, 시장경제로 재탄생함으로서 아담 스미스를 더욱 빛나게 한다. 지금 우리 고국은 정치혼란에 허위적 대나, 경제적으로 시장원리로 성장, 경제 대국이 되어. 60년간 노동당독재 끝에 극빈국가로 전락한 북한과 대비한 산 증거가 되었다. 오늘의 세계경제는 그 정치체제가 무엇이건, 경제이론은 보이지 않는 손이 가르치는 에딘버로 통한다고 할 가? 국부와 자유의 크기가 비례하고 정부와 세금의 규모가 비례하는 그 길로 통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