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미국인데
해외동포들이 조국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과 같이 우리인간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어서 새삼 논의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오늘날 고국이 들끓고 있는 미국소고기수입논쟁과 연결된 촛불시위정국을 걱정스럽게 주시하고 있는 것은 한국계미국인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면 당연하다. 우리가 촛불시위를 보는 눈은 국내동포들의 그것과 같이 각자 다르며, 그 촛불시위가 순수하고 자발적인 것인지, 미국 소고기가 정말 현실적으로 광우병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것인지, 한국 수입업자가 주문하는 고기는 주문내용(예를 들면 30개월 미만 고기)대로 보내지 않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는지, 먹지 않겠다는데 꼭 먹어야 한다고 강제하는 건지, 광우병예방차원에서 세계보건기구나 한국 또는 미국정부가 수출입을 금지해도 한국에는 수입이 강제되는 협정문이라도 있는지, 이런 문제에 대한 개인의견도 한국에서와 같이 각자 의중(意中)이 다르고 표현도 다른 각자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이곳은 미국이고, 우리는 미국사람이나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미국 소고기를 먹는 다른 나라사람과 똑 같이 이성적인 사람이 하는 자유로운 판단아래 살코기, 뼈 고기나 먹을 만한 다른 고기를 많이 먹기도, 조금 먹기도 그리고 전혀 먹지 않고 와이트 밑만을 먹거나 생선이나 채소만을 먹고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으로 대부분의 이곳 미주한인들은 한국의 현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서 아마도 미국소고기 수입문제만이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다른 사단이 있을지 모른다고 걱정들을 하고 있다.
재미 동포들은 여중생사건이 반미의 빌미가 되고 노무현과 좌파가 정권을 잡는 동력이 되었던 것과 그 때 곤혹스럽던 처지를 잊을 수 없으며, 그때 재미동포 중 극히 일부가 친북운동을 전개해서 더욱 우리 입지가 불편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우리고국과 우리가 의지하여 사는 제2의 조국사이에 다시 이런 불편한 관계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여 고국에 직접, 간접으로 우리의 이런 뜻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논설을 쓰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보편적인 논리와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야만 그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이번 소고기수입반대촛불시위와 같이 주재국인 보통 미국인들이 그 주장에는 명쾌하지 못한 억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변명이나 나는 아니다 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미국에 살만한 보편적 가치판단능력의 소유자이며 당신들과 동일한 시민으로서의 사고와 사회생활을 영위할 세계선진국민의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급기야 LA, NY, DC에서는 우리 동포사회에 돌아올 아무런 값어치도 없고 한국동포의 이매지에 도움도 줄 수없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니 어찌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무엇 때문에 자기가 지금까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먹고 이웃들도 편안하게 먹고사는 음식이 논리적 주장도 펴지 않은 채 위험하다며 한국에는 수출해서 안 된다고 한국의 촛불시위를 모방한단 말인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한인동포를 대표하는 듯, 우리 대부분이 캐나다 소고기에 무심했듯, 지금도 무관심하게 즐겨먹는 미국소고기에 아우성을 치는 것일까? 그들이 염려가 되면 조용히 그들의 식탁에서 미국 산 소고기를 거부하면 될 것이지 이유 없거나 과학적, 논리적 근거 없이 그들이 아니더라도 이웃들의 눈총을 뜨겁게 느끼는 우리를 더욱 궁지로 모는 것일까? 고국에서도 대다수 국민은 침묵하고 있다. 서울 인구 천만명중에 전경 아저씨에게 “이 X아 제발 나 좀 잡아가라”욕설을 외치는 초등생과 참으로 불상한 그 엄마와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 어쩌구 하며 부추기는 자들까지 포함해서 겨우 몇 만 명의 목소리가 크게 보이는 것 같이 우리가 평화롭게 사는 이곳에서도 몇 십 명의 촛불이 이웃 주류에겐 많게 보일 수도 있다. 오늘 저녁때쯤에 이웃집 미국친구가 너도 요즈음 소고길 금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또 너희 때문에 값이 올라간 갈비 값이 내려갈지 모르겠다고 우스게소릴 하면 무엇이라 답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