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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도 못하는 장닥 한마리
울지도 못하는 장 닭 한 마리
그래도 거동만은 아직 당당하다
누가 알면 벌금 무르랄까 바
두 마리 암탉을 거느리고
주인만 알게 혼자 숨어서 산다
내게 눈 깜박이며 살짝 꺼내 쥔
달걀 둘 은근 사짜 건네주는데
그도 눈치보며 암탉 흉내를 한다
잠 깨울라 우리엄마 살짝 일어나
물동이 이고 샘에 가시기 전에
아래채 횃대에서 홰를 쳐대며
목청을 빼던 늘 피가 엉긴 벼슬을
자랑스럽게 흔들던 멋쟁이 장끼 닭
꼬끼오 그 목소리 듣고 싶다
올, 정유년에는
임진년 왜란 같은 재란 소식 아닌
새벽잠 깨워주던 꼬끼오
꼬끼오 그런 소리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