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한국학의 중요성(2012.12.1.림관헌)
한국유학의 연원과 전개를 펴내면서
한국학의 뿌리는 동아시아철학사상의 원류이며 그 실체를 밝히는 것은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조국이 세계화로 나아가는 마당에 중요하고도 자랑스러운 명제로 다가온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종교적, 문화적 충돌과 정치적 갈등으로 최근 빙하기 이후 9,000년 인류문화의 위기를 맞고 혼돈과 극단적인 투쟁이 점차 그 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에서, 인류 본연(本然)의 이성을 되찾고 대동(大同)사회-홍익인간(弘益人間)의 본원(本願)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인류평화를 이루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의 수많은 민족과 수백의 크고 작은 나라들이 저마다 목전의 이익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의 불행과 파멸을 초래하고 있다. 우주질서와 지구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인류의 진정한 행복의 길을 잃고, 공멸의 두려움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태야말로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거주하는 여러 민족의 합중국(A Nation of Nations)인 미국에서도 적게 가진 자와 많이 가진 자 간의 이해 충둘, 자유와 평등사이의 균형의 실종 및 개인의 자유와 큰 정부의 간섭 간의 갈등 문제가 적지 않다. 북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장기간의 독재에 맞서 불평등과 가난에서 해방하려는 민중혁명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기 종교만을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무슬림의 이상사회를 꿈꾸는 이슬람의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은 여전히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폭력 집단으로 남아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독재를 계속하는 북한의 핵 위협과 인권과 소수민족의 독립 문제가 심각한 중국 역시 세계 평화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뿐 만 아니라 쿠바 민중의 강권정부에 대한 저항 등 세계는 바야흐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 초기의 이상사회, 다툼과 폭력이 없는 행복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임을 깨닫고, 이를 위해서 대학의 본질과 그 중요성을 재음미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비껴 갈 수 없어 능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기꺼이 그 한 자락을 맡아 나서게 되었다. 복본(復本), 다물, 대동(大同) 사회 건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평화 세계의 건설을 위한 진리의 실천이야말로 오늘날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그 주체인 스승과 제자들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가치요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 일생을 대동 사회 건설의 당위(當爲)성과 당래(當來)의 필연성을 탐구하시고, 우리 제자들에게 그 깨달으신 바를 절실하게 전수(傳授)하신 큰 스승이신 도원 류승국 선생님을 영별하였다. 선생님께서는 근자에 더욱 그 그윽하시고 고매하신 학문을 전파하시는 일에 지성을 다하시어 건강도 돌보시지 않으셨다. 이제 선생님의 큰 은혜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생님이 추구하시던 대동 사회 구현의 출발점이며 세계화의 근본이 되는, 대학(大學) 사상의 연원과 실체에 대해서 작은 책을 엮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돌이켜 보면 이 작은 책은 필자가 조국근대화의 역군이 되겠다며 정부 감사업무 전산화의 길을 터놓겠다고 미국에 오면서도 챙겨 온 사서삼경(四書三經), 동의보감(東醫寶鑑) 및 한국 공기업의 경영이론과 실제에 대해 지금까지 틈틈이 탐구한 결과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것은 특히 사서(四書) 중에서 대학(大學)을 읽으면서, 반세기전 모교의 교양과목시간 강의를 되새기다가 큰 의문을 갖게 된데서 출발했다. 필자의 40여 년간의 미국 생활에서 동아시아 상고사(上古史)는 한시도 놓을 수 없었던 문제였는데, 대학(大學) 삼강령(三綱領)은 필자에게 있어서 모든 의문의 근원지이며 동시에 해답을 알려주는 화두(話頭)와 같았다.
이제는 그 긴 탐구의 역정을 지나 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배움이 미치지 못함을 알지만, 도원선생님이 남기신 역작들을 꼼꼼히 분석하여 그 이치를 궁리하고, 그 간절하신 전교(傳敎)의 열정에 감동하여, 나의 보잘 것 없는 정성을 다하여 성균관 대학교 동문 유학자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이 조그마한 결실을 내놓게 되었다. 이 외람된 책자가, 스승님에게 누가 되지 않고, 후학들에게 선배들의 훌륭한 학풍과 홍익인간정신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화의 근본임을 깨닫게 하고 그것이 곧 위대한 시대정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데 일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자가 열정만으로는 크게 한계를 느끼면서도 만용에 가까운 용기로 이 책을 엮어 내기까지는 성균관대학교 유동학부 여러 교수동문님들의 격려와 각별한 도움이 큰 힘이 되었으며, 항상 옆에서 토론에 응해준 동반자의 내조 없이는 이룰 수 없었음도 고백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 동문학자들과 강호제현의 비정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소고를 상재하면서 더욱 면학할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