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창가6 (2011.2.3.)
북한의 설풍경이라
신묘년(단기4344,서기2011)경인 달(1월), 기축일(원단)인 설날은 태음력을 쓰는 동아시아사람들의 공통된 명절이어서 15일 이상을 노는 중국인들의 춘절행사, 남북한 모두 3일간 연휴 등 일년 중 가장 흥겨운 명절의 중심에 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태양력 2월 초(3일)의 설은 나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즐기던 설날을 연상하며 초연한 추억에 잠간이지만 빠져있었다. 신문을 보니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이라는 설명과 함께 평양거리에서 찍은 사진인지, 합성아니면 그림인 것 같기도 하지만, 크게 실물크기로 제작하여 빌보드에 높다랗게 진열되었고 그 그림 아래로 사람들이 깨끗한 설빔으로 차려입고 구릅을 지어 다정하게 지나가는 그림 같은 사진이 실리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멀리 배경으로 무순 궁전 건물 같은 것이 보이고 그 앞으로 보이는 빌보드의 세시풍속도는 남한에서 보듯, 널뛰기(처녀), 팽이치기(머슴애), 윷노리(동리사람), 세배, 썰매타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순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런 풍경은 남, 북한과 해외동포 설 모습과 비슷한 모양인데 빌보드 좌편으로 멀리보이는 그림은 주체탑으로 설 풍경을 오버랩하면서 신문의 다음 장에 나오는 유엔시량기구가 발표한 북한식량부족에 대한 기사가 필자의 가슴을 찡하게 흔들었다. 일상 먹을 것이 부족해서 굶주리는 북한인민들에게 금년에는 신년 특별배급도 없었다니 설 차례가 가당할까? 일반인민의 수 백 명분으로 잘 먹고, 잘사는 김정일, 김정남, 김정은 부자와 그의 큰 졸개들을 빼놓고 누가 있어 마음 놓고 설 음식을 장만할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넉넉한 음식을 퍼다 같이 나누고 싶지 않은 이곳 한인 동포들이 있겠는가? 하지만 핵과 미사일을 들먹이며 시도 때도 없이 동족을 위협하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동족을 살해하고 핍박하는 김정은 부자에게 힘을 보태는 끔찍한 일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으로 우리 북역동포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