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서예초대전 축사(2016.7.7.)
시카고 서예협회가 벌써 4번째 초대작가전을 열고, 한국에서 전통서예를 모색하며 이미 예술 각 분야를 아우르며 시와 서예, 시와 문인화, 좋은 글과 그림의 사경, 전각, 서각 등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해동서예학회의 작가들과 함께 초대전을 열게 된 것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재미한인사회의 전통예술분야발전의 계기를 불러오는 일로 크게 축하하여마지 않는 바입니다. 그리고 아울러 서예의 불모지였던 시카고에서 한국에서부터 서예에 빠져있던 존경하는 후배 이 상돈 동문이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게 서예예술부야개척에 쏟은 노력은 크게 성공하였다고 믿어지게 됩니다.
한국의 군 단위에 해당하는 인구를 갖고 있는 시카고에서 현실 이민생활이 아닌, 떠나온 조국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개척한다는 것은 여유작작하게 줄길 일도, 동호인들끼리 모여 의기투합하기 쉬운 일도 아님으로 오늘 보는바와 같은 초대작가전을 연다는 것은 대중으로부터 쉽게 호응을 받아 함께 뛸 수 있는 전통음악, 전통무용 같은 대중적 전통예술 중에서도 정적(靜寂)이고 그 깊이에 눌려서 더욱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렸을 때, 시골 마을에서 서당에 다닐 때만해도 군자의 바른 기준, 올바른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말했을 뿐, 시서역(詩書易), 삼경의 본체에 대하여 논하고 토론하는 것을 보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 동양에서 다시 심오한 철학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융합예술의 분야를 쉽게 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시경 3백편이 한말로 사무사(思無邪)”라 한 것을 두고 “시를 읽으면서 그 시어에는 거짓이 없다”고 한 것, 거짓이 없다는 것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단이 풀리기 이전의 그 자리, “선악이 본(本) 무성(無性)”이라는 그 자리가 서예가 추구하는 궁극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어에 몰두하여, 살아 움직이는 화폭에, 성스런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붓과 끌 끝에서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통해 여러분들의 마음자리도 성스러워지길 바랍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의 해동서예학회 초대작가들을 대표하여 학회 김 종태 이사장님이 시카고를 직접 방문하시어 이 자리를 빛내주시고, 서예특강을 통하여 우리 동포사회 서예(書藝)계에 신바람을 불러주시는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고, 이 두 단체의 이 같은 직접교류가 지속되어 한국 전통서예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정진을 축원하며 축사에 대신합니다.
2016. 7. .
미 중서부 전통예술인협회 고문 림관헌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