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기행 -1(2017.6.6.성대 유학 동양학 초빙교수 림관헌, 지평선 너머)

사진; 구름이 주저앉아 쉬고 있는 4500m고지
2017년5월 29일 까지, 8박9일간 이름만을 듣고 있던 서로 낮이 선 7인이 십년지기(十年知己)인 냥 한 구릅이 되어, 용감하게도 고지(高地), 고온(高溫), 미개발(未開發), 미지(未知)의 티베트 지역을 여행한 것은 필자에게 많은 것을 일개우고 느끼게 하였다. 이 모두가 이 여행을 기획한 뉴욕의 <현대불교>김 형근 사장님의 노고 덕분이라 하겠다. 수 천 년의 역사와 이 거대한 고원지대를 짧은 기간에 답사한다는 것은 무리이고, 그저 다음기회를 기약하며 주마간산의 여행길로 만족할 수밖에. 1만2천 년 전, 상당한 문명생활을 하였을 크로마뇽인의 일부가 파미르고원의 훈훈 탱탱한 일사(日射)로 지구의 2/3가 어름으로 덥힌 위스콘신 빙하기의 혹한을 이겨내었을 게 분명한 설산(雪山)에 둘려 쌓인 평평한 고원(高原)분지(盆地)인 이 지역, 티베트는 인류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 되기에 지역, 기후가 충족되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 한시대의 과학자이며 제왕이던 세종을 거쳐 전해 내려오던 지상 역사자료, 그 내용이 간접 사료로라도 전해진 증심록(박제상), 증심록추기(김시습), 증심록전사기록(박금) 등에 의하여 사료로 원용되는 기록이 당장 이곳에서도 전해왔을 듯한 한분위기가 물씬 풍기었다.
말러버렸는지? 그냥 가사상태로 건조(乾燥)기를 죽어지내고 있는지 모를 마른 풀 덩굴이 심심치 않게 뒹굴고 있는 고지대를 지나고, 가끔은 양Ep와 야크들을 띄엄띄엄 보면서 4천5백m 고지를 산소 부족으로 입술이 파래진 승객만큼이나 힘이 드는 버스가 기엄기엄, 하얀 구름이 멈추어선 산 등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막석ㅡ자잘 막한 돌 마당이 붙어있는 길모퉁이의 섭이 제법 커졌다 생각하면 틀림없이 저 남미 칠레의 빙하기를 건너 뛴, 아시아 원주민을 닮은 예뿐 얼굴의 주인, 우리 사촌 같은 티베트 아낙, 상인들을 볼 수가 있었다. 하늘, 땅, 사람 그리고 밤과 낯, 오방색을 꾸며 만든 수공품을 저렇게 팔면 하루에 얼마를 벌까? 안타깝지만 그래도 세계 어디서나 마주하는 상혼(商魂)을 여기서도 격 는다. 지리산자락 어디선가 에서도 마주칠 것 같은 성왕당의 빨강, 파랑, 노랑의 3태극색갈이랑, 그리고 흑백을 더한 오방색의 룽다(다라치 라고도 한다)가, 아마도 솟대와 같은 신주들이 잊을만한 거리에서 다시 나타나는 황량한 들판이다. 저 멀리 설산으로 아늑하게 둘려 쌓인, 아늑하지만 메마른 들판이다. 수 천 년을 신들이 사람을 기다렸을 뜻한 그런 땅인가 싶다.
티베트는 중국대륙에 근접한 동부지방(동장)인, 달라이라마가 다스리던 7개의 라마종지역과 판첸라마가 다스리는 서 티베트 6개종 지방으로 나누어지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를 게 없고, 지금도 사원제도를 제외하면, 중국 중앙정부의 티베트장악은 완강한 것 같이 보였다. 어쩌다 쑥색에 가까운 록 갈색 점박이로 치장한 중국군 트럭행렬이 지나기를 기다리며 서있는 위축된 민간 차량들, 그 대기차량의 길이를 보면서 불평하는 경적소리하나 없는 새로운 질서가 이곳 주민과 여행자가 모두 길 드려져 있는 것을 보면, 이제 티베트는 그들 문화의 자주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복고(復古)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티베트의 직각, 평행의 새롭고 현대적인 주거양식, 겉보기엔 2층 양옥(아래층은 가축, 윗 층은 주거용)이 구어 빼낸 듯, 같은 모양의 규모 있는 집들, 지붕 양끝에 세워진 루방모양의 3색 깃발과 그보다 좀 얕지만 지붕 한가운데 곧게 세워진 중공 5성기는 티베트의 지배자를 위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티베트는 빛나던 토번왕국의 위대한 역사적 꿈을 뒤로하고 안정과 평화라는 치장을 과시하며 실제로 중국군대와 함께 티베트근대화, 은밀한 타협과 전쟁이 소리 없이 진행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절대적인 집사람들인, 아낙내와 막내아들까지도 돈 버리에 나서고 있고, 사원에서 올리는 공양 전(錢)까지도 가짜와 진짜 돈이 혼재하며, 심지어 공양전의 거스름돈을 챙겨 세는 진풍경을 아무러치 않게 보여주는 대담한 변화가 보여져 필자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었다.
티베트는 변화 중이었다. 중국 중앙정부가 나누어주는 넉넉한 변방주민 보조금은 여행가이드의 설명대로라면 티베트인 모두를 그들 소원대로 순례만을 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만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그 사회의 넉넉한 부처님 복을 찬양하고 있었다. 이 연변출신가이드 말로는 한국의 새 대통령 문재인이 연전 부탄을 다녀와서 우리도 부탄국민같이 행복지수가 높아지도록 하겠다고 한 것 같이 정말, 티베트나 부탄주민의 행복지수가 선진국을 넘어, 미국 국민과 같이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하게 사는지 필자는 잘 판단이 서질 않았다. 지금 티베트는 성도에서 네팔까지 국도가 완성되고 청(청해성)장(서장)철도가 개통되어 하나의 중국으로 완성되었다고 자랑을 하지만 말이다.(다음호에 계속)
남미 칠레의 원주민을 빼어 닮은 책동앞치마를 펴고 앉은 티베트여인과 함께 쉬는 사진

About the Author
Edward Rim - 림 관헌, 한미 시민 연합 초대회장 역임, 공화당 The President Task Force 멤버, 시카고 전중 앙일보 객원 논설 위원 시카고 한국일보 칼럼리스트 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 수령 16기 대한만국평화통일자문위원회운영위원(본부) 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동양철학) 대한민국 평화통일 자문위원 역임, 시카고 상록회 이사장 역임, 시카고 불타사 지도법사, 미 중서부 한미 장학회 회장 역임, 미 중서부 전통 예술인 협회 이사, 상임고문, 성균관 대학교 유학 및 동양철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