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기행 III (포탈라와 조캉사원)
티베트의 이른 아침은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먼 고행 길, 오체투지로 조캉사원에 도착한 순례자들의 들릴 듯, 말듯 한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포탈라 궁을 향해 마니차(법륜)를 돌리며, 꼭 남미 칠례의 원주민 같은 걸음으로 주문을 외며 앞으로, 앞으로 흘러가는 순례객들이 신선하게, 조화롭게 한 폭의 그림 같이 시작 된다. 오늘아침 우리 일행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가이드를 따라 그의 설명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티베트 인들의 순례자들에 끼어 웅장하고 현묘한 영감이 흐르는 포탈라 궁이 밤새도록 빠져있는 작은 호수 가를 돌아 산 중턱을 차지한 고색창연한 거대한 건물만 올려다보아도 이미 숨이 헐떡이기 시작하는 입구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참배객들은 손에 든 마니차를 돌리며 관세음보살6자대명왕진언(옴 마니 반매음)을 외고, 지나는 곳곳의 길 목에 설치된 공중용 마니차를 돌리며, 참배객과 방문객들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과거 현재 달라이라마에게 예배하고 헌금을 하고, 수십 곳에 있는 부처와 보살과 달라이 라마를 경배하는 의식을 하고 있었다.
포탈라(Potala=Budala)궁은 크기도 하고 참배객도 많아서 연장자들에겐 쉽지 않은 코스임으로 중도에서 쉬고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티베트정치와 종교의 상징이며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티베트인이 정신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1400여 년을 진화하여 오늘과 같이 자색에 가까운 티베트 특유의 붉은 색과 함께 일상생활인 종교의 중심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인간이 만든 요새 같기도 하고 수도원 같기도 하며, 궁전 같기도 한 포탈라 궁은 균형이 잘 잡힌 주산(主山)과 좌우(左右) 보산(補山)이 푸른 하늘을 뒷배로 하고, 흰 구름을 포함하는 모든 자연을 어울러 웅장하고 고색이 창연한 티베트사원의 아름다음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궁전은 사원이기도 한데 원래 641년 문선공주가 시집올 때는 홍산 궁이었고, 17세기에 들어 5대 달라이라마가 이를 개축하기 시작하여, 라마불교사원으로 완성하였으며 역대 달라이라마가 공부하고, 신앙하고, 정치를 하는 포탈라(神)궁(?)으로 개조한 신비에 쌓인 웅장한 티베트의 역사와 현재를 잇는 보물이다. 티베트에 판첸라마와 달라이라마가 있듯이 달라이라마가 있던 라사의 포탈라 궁과 1세 달라이라마의 스승이었던 1세 판첸라마가 주석하였던 제2의 도시 시카체의 타쉬룬포 사원은 티베트 정통종교인 본(뵌)교의 전설적 사원과 함께 티베트의 정신적 종교적 3대 중심지이기도 하다. 본교는 카일라스산의 천(天)신, 네첸 탕글라(nyenchen tanglha)산의 지(地)신과 남초호수를 지나 탕그라산의 수정궁에 있는 지하(地下)신을 믿는 데, 라마교도의 10분지 1에 불과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라마교와 비슷하게 보인다. 아마도 3색-5색으로 치장한 솟대(?), 룽다, 신목(선왕목)은 1만년의 바이칼 호 주위의 전통에서 보는 천, 지, 지하 3신을 믿는 샤만과 본교가 맥을 이은 것 같고, 천지인(天地人)3신, 3태극, 원구단 전통은 고인돌과 선왕당으로 이어져 몽고 이동(以東)의 중국과 한국에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티베트의 룽다는 솟대, 타르쵸(풍마)는 선왕목인 신단수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리사 지방의 순례자가 매일 행하는 순례가 일상의 종교행위라면 달과 해를 정하여 일생일대의 큰 행사인 조캉사원까지의 저 유명한 오체투지의 순례(코라)는 조캉사원 팔각(八角)가(바코르코다)에 와서야 마쳐지는 티베트인의 정신계에 우뚝 서 있는 솟대가 아닐까? 사통팔달, 팔각가 광장에 우뚝 서있는 표지석 같은 5색으로 치장한(솟대)는 우리조상들의 솟대와는 모양이 다르다하더라도 년 중 3000시간을 태양이 직사하는 티베트의 원주민인 장족이 하늘에 이르는 문임에 틀림없다. 한때 당나라와 겨루던 강대국 토번, 네팔과 당태종의 공주(조카딸)를 차례로 왕비로 삼은 토번, 7세기 불교가 토번의 국교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본교의 승려들에 의하여 곱자벌레의 오체투지라는 독득한 순례방식의 고행을 통해 천국에 이르는 길을 찾아냈을 것이고 그것이 인정되어 라마는 몽고와 청나라의 법왕이 된 것이 아닐까? 이러한 토속종교는 부처와 노자가 이미 티베트에 들어 온지 오래고 지금은 새로 잘 깔린 부탄에 이르는 하이에이 옆에 널찍한 석벽마다 그려진 천당에 이르는 사다리모양의 페인팅으로 형상화 된 천당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족 가이드 말대로 중국정부가 주는 변방 지원금으로 순례를 생업으로 하는 티베트인이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다. 룽다와 타르죠, 고원, 최근접, 직사태양광선으로 물들어 서로 닮은 티베트의 전통 본교 승려와 라마교 승려의 승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외관 만으로는 무엇이 같고 다른지 우리 같은 외부인의 눈으로는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10대 1의 비율로 분포된 라마와 본교, 두 개의 프랙티스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 한국 절에서 바리대 공양에 4개의 그릇을 쓰는 것과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바리대 하나로 충분하고도 맛이 있게 공양을 마치는 것과 누가 부처님 법을 더 잘 전승(傳承)한 것일까? 노자가 늙어버린 말년, 정말 늙어서 티베트로 들어가는 마지막 서쪽 관문에서 수문장이 주는 죽간에 도덕경을 써준 일과 해인사 팔만대장경 판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다른 것일 까? 바이칼에 1만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하늘 ㅡ 땅 ㅡ 지하의 전통을 가진 샤만의 선왕당과 러시아의 몽고 땅 ㅡ부리야타공화국 불교대학에서 본 라마승들의 복장을 보고 느꼈던 의문이 이곳에서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만전 전통의 선왕당의 3재(才), 삼신(三神) +주야를 상징한다는 5색의 깃발이 돌과 나무를 장식하는 6천년의 전통을 가지는 한국의 선왕당과 무속의 색갈, 1만년의 전통을 갖는다는 본교의 룽다와 타르죠의 5색 깃발, 참으로 신기한 1통(統)이 아닌가? 이번에 17세기에 완성된 포달라(Buda-la)궁(gong)을 어렵사리 휘휘(숨소리 거세게)돌면서, 2007년 헝거리 수도 부다 언덕과 페스트 평야(부다페스트)를 보고, 10세기 경, 몽고가 헝거리에 도착하기 2백 년 전에 훈(한)족 계통(고구려유민?)의 아시안들이 세운, Buda Hill에 세워진 부다베스트 대성당의 대문 위에 대리석 머리돌에 새겨진 태극문양을 보고 느꼈던 희한과 감격 같은 것을 또 다시 이곳에서도 찡하게 체험했다.(연재 끝)
05.07.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