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선생이 말하는 현묘지도(2012. 1. 미즈현대불교 논단)
신라 후기 최치원(AD857-?)선생은 어려서는 신라에서 선(仙)을 배우고 당나라에 조기(早期)유학(儒學)하여 도교사원에 기숙(寄宿)하고 유학을 공부하여 빈공과에 합격, 벼슬하여서 유학과 도교를 통달하고 중년에 귀국하여 조국에서도 벼술을 하다 불교에 입문하였으니 그야말로 유, 불, 선 3교에 통달한 분이라 하겠다. 그는 전자(篆字)로 된 고비(古碑)문을 보고 81자의 한자(漢字)로 전래해 오는 천부경을 번역한 분으로 화랑인 난랑의 비석 서문 글을 써 말하되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道)가 있는데 이를 풍류라 한다. 가르침의 근원은 선(仙)사(史)에 상세히 적혀있거니와 실로 삼교(三敎=모든 종교)를 다 포함하였다. 군생을 교화하고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아가 충성하니 이는 공자의 뜻이요, 허허로 하고자함이 없고 말없이 행하라는 가르침은 노자의 종교이며, 악을 짓지 않고 선행을 닦는 것은 천축국 태자의 가르침이다.”라 하여 천부경이 석가, 노자와 공자가 가르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동양에서 이들 세 종교는 그 종교를 일으킨 종조(宗祖)들의 뜻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 천 년을 서로 헐뜯고 비방하며 세월을 보냈고 서양에서는 선민(選民)이요 여호아 신을 믿고 복종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과 이웃을 하나님같이 사랑하라는 유태민족의 왕인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 같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고 그의 서자의 후손임을 내세우며 알라에 충성하는 모스림들은 아직도 죽기 살기로 싸움 박 질을 하며 그 많은 세월을 보냈다.
우리 한민족은 위에 든 세계대표 급 6개 종교에 비해 더 오래되고 더 논리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하늘과 사람, 땅과 사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깊이 관찰하여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원리(홍익인간(弘益人間)를 밝히고 인간본성을 회복하는 현묘(玄妙)한 도로 백성을 교화하니 그것이 풍씨의 문화 곧 풍류(風流)라 하였다. 풍류는 오늘날 유행하는 한류(韓流)와 그 존재의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고대에 오늘날 우리 백의민족이나, 진주 소(蘇)씨들이 조상으로 받드는 풍(風=환인씨)씨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오래고, 반 만 년을 훌쩍 넘는 오랜 민족문화 중에 세계의 모든 종교를 융합하는 홍익인간정신, 천지인(하늘, 땅, 사람) 3재가 모두 하나에서 나온다는 3위1체 사상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음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교, 도교, 유교가 흥할 때에도 이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우리의 민속과 어울려서는 두루 뭉실 한국불교, 한국유교, 선도로 우뜩 서게 되었고 권력다툼이나 세속적 경쟁을 하면서 대립은 있었어도 그 근본에서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수용하는 분위가 되곤 하였다. 유교가 현재의 불편한 사회, 혼란한 사회를 인륜 즉 배움으로서 이를 평천하(平天下=세계평화)려 하였다면, 나만을 내세우며 억지로 하고자 하지 않고 천지인의 도리에 따라 자연히 이루려 한 것은 선도요 이런 모든 가르침의 근본인 마음을 깨달아 현세-극락의 세계를 이루는 것은 불교인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는 하나님의 계획과 약속을 믿고 이웃을 사랑하여 하나님의 눈에 들어서 천당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종교라고 할 것이며 이 또한 결국 하늘과 땅의 평화로 많은 믿는 자의 이익을 얻으려한다는 홍익인간정신에 배치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현세의 평화를 추구하여 인륜을 계발하는 것(유교)이나, 나나 내편만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여 하나가 되어 사는 것(도교, 선교),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여 천당에 가는 것을 믿어 안심입명(安心立命)하는 것(기독교, 이스람)이 기성 고등 종교라면, 인간의 본성(本性)을 찾아내어 참 마음으로 돌아가 생사를 초월하는 철인(哲人)의 길(불도佛道=철학)을 걸어가는 나그네의 길은 영원한 현재의 연속이며 초 종교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든 현존하는 모든 종교 내지 종교적인 철학이 1100년 전 최치원(해(海雲, 孤雲)선생의 눈에는 모두 현묘(玄妙)한 도로 보이고 우리 민족의 종교(宗敎=으뜸가는 가르침=믿음이라는 의미의 종교가 아님)로 그 안에 “다 실답게 포함 되어 있다”고 쓰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다종교, 다문화의 세계가 한 울안에서 매일 얼굴을 같이하며 살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이웃들, 한 송이 아름다운 꽃 같이 나, 나, 나만을 찾지 말고 한 잎, 한 잎의 꽃잎이 각기 자기를 뽐내 듯, 다 자유와 평등을 구가하며, 조화로운 세계, 평화로운 세계, 즐거운 세계일화를 이루어야 할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