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독경
소귀에 경 읽기이라는 이 말은 미련한 사람, 고집 센 사람, 말뜻을 못 알아먹는 사람, 미친 사람, 원한에 돌아버린 사람에게 아무리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한탄 섞인 소리다. 오늘날 대통령이나 여당 그리고 노사모, 일부 편향적인 시민단체 등에게 쓴 소리나 진언을 하다가 힘이 빠진 사람들이 붓을 팽개치며 하는 독백이 아닐까? 지난 9월9일(04년) 노(盧/어떤 짓 구진 사람들은 No, 怒, 라고 도 쓴다)대통령은 눈치보던 여당 일꾼을 불러 사법부까지 반대하는 국보법 폐지를 다시 다짐하였다. 마치 강 영훈 전 총리 등 나라의 원로 1600여명이 국보법 폐지, 수도이전, 역사청산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으로 노 대통령의 오보(惡步)를 중지하라는 요구에 X칠을 하듯이! 그 동안 그의 행적을 보면 처음엔 듣는 척, 겸허한 척 하지만 곧 바로 오기와 독기를 품으며 그가 취임식에서 말 한대로 뚜벅뚜벅 “우보(牛步)”로 초지 일관 만인이 염려하는 길도 서슴없이 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집권 초기에는 경험부족과 지난날의 한 풀이쯤으로 치부했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 같다. 대통령과 그를 외어 싸고 있는 386은 그들의 속내대로, 국보법폐지, 역사청산과 한 때 심취했던 주체사상-반 시장경제논리를 착실하게 실천에 옮겨 놓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대통령은 거름만 소가 아니라 그의 귀도 소를 닮아 가 거국적인 시국선언도 그에겐 우이독경이 될게 뻔한데, 그 다음은 “어찌될꼬”.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너무도 노골적이고 면박(面駁)적이고, 고집스러워 미움이 깔려있는데도 금방 웃는 얼굴이라 그 속뜻을 아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