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창가2-(2010.12.11. 림관헌)
사카고의 눈-바람
시카고하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워서 못살 곳이라는 말을 듣고 지인들의 권유대로 저 LA쪽에 이사를 한 친구들이 3-4년 지나서는 “그래도 정든 시카고가 좋다고, 친지들 보고 싶다며” 다시 돌아오는 것을 자주 본다. 미국에 처음 와, 그쪽에 죽 살던 사람들은 시카고에 와서 몇 일간 떨어보고는 “어유 못살 것 네”하며 떠나고, 뜨거운 여름에 몇 칠 머물다 간 사람들은 샌프렌시스코나 씨애틀쪽으로 달아나서는 그쪽으로 오라 손짓한다. 하지만 정들면 고향이라고, 필자는 처음 미국에 떨어진 후 40여년을 살다보니 이곳이 어찌 그리 내 고향 땅 충청도를 닮았는지, 봄, 여름, 가을에 할 일도 많고, 겨울에도 몇 번 눈 노리하다 보면 어느 듯 막 그리워지려는 봄바람이 불어온다.
봄은 봄대로 아름답고, 가을은 가을대로 풍요롭다. 여름에 하고 푼 일, 겨울에 줄기고 싶은 일들을 이 시카고만큼 더 잘 보낼 곳이 어디에 그리 많을까? 먼동이 틀 무렵 눈이 펄펄 날아와 쌓이는 창밖을 보니 온 천지가 아득하게 희뿌연 한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이따금 눈보라를 날려 보내는 시카고의 바람,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라고 하듯이 정치비람이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호수에 가까울수록 호수효과(lake effective)라는 요란한 바람의 추위는 이곳 겨울의 명물이다. 사람이 추울 때는 추위가 죽도록 싫고 더위를 맞으면 그것이 징 하도록 싫은 게 기분이지만 그것을 견디며, 그런 환경을 즐기는 법도 해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사계절, 계절의 변화가 없다면 얼마나 심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