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사 종=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아름다움과 그 철학(2010. 12. 3. 경주에서)
신라의 동종bronze bell)은 들리지 않는 아름다운소리(大音)와 보이지 않는 거룩한 모습(shapeless)을 종이라는 하나의 작품에 담아 진리를 깨닫게 하는 방편이다. “종 거리”인 용뉴(龍鈕)와 우리 종에만 있는 세상을 편안케 하는 만파식적의 피리(龍管)는 잡음을 재우고, 네 개의 유각(乳廓)은 네가지 진리인 사성체, 그 유각 안에 있는 각 9개의 유두(乳頭)는 하늘, 땅, 사람-3재의 9궁을 나타낸다, 거구로 세운 항아리모양의 종신의 중간에는 하늘에 휘 날리는 구름이 금방 흐트러질 것 같은 자운조각은 그 중간에 자리한 당좌(撞座)를 치는 당목이 닿기 전에 곧바로 하늘로 날라가-사라질 것만 같다. 큰 기둥을 평행으로 그네를 만들어 힘이 아닌 공기에 미끄러지며 당좌에 닿아 내는 침묵이 터지는 울음, “에밀레^^^” 부르는 간절함이 종 아래 둥글고 얕게 파여진 홈에 메아리 되어 땅속과 땅위를 진동시킨다. 그래서 종소리는 종안의 원음보다 종 외부의 파음이 더 크게 울리며, 종을 치며 염불하는 “파지옥 진언”의 축원이 음성과 하나가되어 천지에 퍼져나갈 때, 어찌 지옥문인들 깨지지 않을까? “이 종소리 우주에 닿아 모든 고통 사라지이다.” 이 종을 만들어 부조 왕을 사랑하는 두 임금이 30여 년 동안 12만근의 주석으로 완성한 예술의 결정체, 밀랍거푸집으로 만든 아름다운 종신의 하반부에는 양각으로 명문을 새겨, 종의 인연을 낭낭하게 하니 그들의 정성이 영겁으로 우주를 꿰어 뜨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