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참지 못 한다
The people 민중이란 말은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쓰여 지고 그 뉴앙스도 다를 수 있지만 본고에서는 엘리트나 지배 또는 여론 내지 정치선도구릅 등 한나라를 이끌고 가는 국가목표 내지 국익 지향적 국민계층과는 다른 생활인인 국가 구성원을 지칭한다. “We are the people” ‘real people’ 할 때의 people이라고 할때 people로 보면 대략 그 의미가 확실 해질 것이다. 이들은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기다림이나 과거에 대한 천착에 머물지 않고 ‘지금’을 더욱 중시함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시기의 국민의 감성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으로, 비 민주주의국가에서는 투쟁과 혁명계급으로 정치의 중심이 된다.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4.19혁명과 같은 투쟁과 선거에 의한 정권의 교체의 주체가 이들이며 엘리트나 선도구릅은 그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이에 앞장서거나 반대편에 서게 된다. 어느 경우이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민중은 그 시대를 대표하며 민중과 체제가 합일할 때 국가사회는 평화로운 발전을 이루고 그 둘이 상반할 때 알력과 투쟁으로 나라가 어렵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중의 특징은 내일을 두고 오늘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오래 동안 ‘참지 못 한다‘ 어제를 되돌아보거나 반대자에 대한 설득의 길을 찾을 방법과 시간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중의 심리나 행동은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지고 짧은 시간동안에 점점 커져 멈출 수 없는 힘으로 파도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그 나라의 운명이고 그 시대의 동업(同業)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돌이킬 수 없는 한 시대의 생활을 좌우한다. 이런 민중의 표심(票心)에 의하여 지배되고 변화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정부들이며 이것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보듯 미국의 정치이기도 하다.
공화, 민주 양당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정치무대는 양당이 가지고 있는 정치철학과 전통을 유지하면서 그 시대의 현실에 맞게 운영되어지며 국민들은 철저하게 분권, 견제, 균형을 염두에 두고 각종 선거에 임한다. 2006년의 중간선거는 대통령 부시가 추구해온 이라크전쟁에 대한 실망으로 민주당 의회지배를 선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3년 이상의 전쟁은 참을 수 없다는 민중의 저항으로 보아야한다. 물론 공화당의 패배는 이라크전쟁의 지지부진과 민중의 자제이기도 한 병사의 지속적인 손실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그 외에도 공화당내 부패에 대한 불만, 극우 보수의 온건주의에 대한 불만, 이민정책에 대한 분열 등 내부단합의 상실도 큰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의 장기화는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비토로 나타나고 인기 없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고무도장역할을 하는 집권당의회를 혐오하게 된다. 한국전, 월남전, 이라크전쟁은 전쟁의 장기화로 이러한 인기 없는 전쟁이었으며 오늘날 사회전반에 걸쳐 속결을 원하는 참지 못하는 민중의 특징이 그대로 배어있음을 본다. 특히 3년이 넘게 지지부진한 이라크전쟁은 그 책임이 부시와 행정부 내 네오콘으로 불리는 강경파에게 몰매로 돌아가고 공화당의 무참한 패배로 끝난 이번 선거는 민중은 참지 않는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익-테러방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와 민주주의 확산을 위하여 이락전쟁이 옳다고 한 2003년의 70% 민중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락에서 중도하차하여 다시 제2의 훗세인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희생한 미군피해와 천문학적으로 써버린 달러화를 무엇으로 정당화 할 것이며 잃어버리게 될 미 국익을 어데 가서 찾을 것인가? 이라크 국민에 의하여 추진되는 아랍의 민주화는 수포로 돌아가고 이란의 핵무장도 눈앞으로 닦아 설 것이다. 유일한 중동의 민주주의의 고도(孤島)-이스라엘도 위기에 놓일 것이고 미국과 미 국민의 이 지역 이익도 유실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다면 아마도 이락에서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보다는 점진적이고 안전한 철수, 이라크군의 자체치안능력향상 및 민주화 지원, 미군의 안전기지 구축 및 일상전투임무 이양 등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설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하자 집권 엘리트 층과는 다른 민중의 의지에 승복,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교체하고 민주당과 국민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하겠다. 우리 고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한두 번 선거패배가 대수냐며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미국의 지성과 풍토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