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의 토론을 듣고(2012.10.17. 림관헌 이아침에)
2012.11.6.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아주 중요한 투표일이다. 특히 1930년 이래 가장 심각한 대 공항을 4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벗어나지 못하였고 쉽게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 이때라 더욱 미 국민과 세계가 이번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의 역사를 기록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년 11개월을 미국역사상 가장 많은 국민의 세금을 2차에 걸쳐 부어 넣어 천문학적인 적자재정을 운영하면서도 미국 경제는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취임전보다 3%를 상회하는 실업률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몇 년간 정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도 못한 체, 예산안 대신에 스피치만을 거듭하여 연방 예산청은 그의 스피치만으로 수치를 알 수 없다고 예산안 편성을 아예 미루어 왔다. 필자가 견문이 적어서인지 몰라도 매년 세입세출의 내역을 작성한 예산(법)없이 나라살림을 한다니 이는 선진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불가사의 중에 불가사의가 아닌가?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공화당의 작은 정부, 자유, 국가안보강화와 민주당의 큰 정부, 복지, 세계평등주의가 크게 대립하여 끝없는 논쟁과 분열의 혼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지간한 성찰 없이는 양당 후보자들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어디까지 진실인지 쉽게 판단이 가지 않고 더군다나 노회(老獪)한 직업정치인의 성(聲)동(東)격(擊)서(西)하는 파격(破格)에는 선거권자 누구나 자기도 우중(愚衆)의 한사람임을 한탄하게 한다.
이러한 한심한 사태를 바라보면서 그래도 국민 앞에 나선 후보자를 뜯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토론은 참으로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후보자 토론을 특히 더 기다렸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주류 언론이 선입견에 빠져 이미 지지자나 지지정당에만 자기 지면이나 주파수를 무조건으로 내 맡기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이성을 벌인지 오래고, 정당이나 정치인은 정직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미국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서 양자 대결의 토론은 이들의 진실성, 그 주장의 가치, 그 인간성, 총명함, 정책의 실현 가능성, 사회자의 공정성, 바디랭게지에서 보는 인간 성 등을 더 직선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자리가 아닌가? 우리는 10월 3일 PBS 짐 레더의 사회로 열린 오바마와 롬니 대통령 후보의 토론을 들으며 롬니에게 저런 힘이 있었구나 감탄도하고 오바마가 저렇게 조용한 때도 있고나하는 생각도 하였었다. 이날 디베이트(debate)가 끝나고 CNN과 ORC International이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25%, 롬니는 67%를 얻어 공화당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뒤졌던 인기를 만회하였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열린 10월11일의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는 우리는 아주 불쾌한 토론현장을 목격했으며 시종 일관하는 토론의 질서, 상호 인격 존중 등에 실패한 부통령과 그런 상대를 질타하지 않은 라이언 부통령후보의 양보심, 사회를 맡았던 ABC의 마사 래터즈의 불공정한 토론관리에 대하여 불쾌감을 느끼었을 것이다. 아직도 오마마에 더 기울어진 CNN과 ORC는 그래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토론을 마친 라이언 공화당 후보에게 48%를 주며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노회한 언변과 시종 미소와 보디랑게지로 상대방을 교란시키려는 바이든은 “더 이상 잘할 수 없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으나 44%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세 번째가 되는 어제(16일)밤 제2차 대통령 토론회에서도 사회자로 나선 진보성향의 CNN, Candy Crowley도 오바마에게 3분 이상을 더 주고 반면에 롬니 발언의 꼬리를 짜르며 결과적으로 오바마를 구출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제1차 토론에서 미국인들을 놀라게 한 롬니의 직선인 정견(政見)이 11일 토론에서 부통령 바이든의 불쾌한 탯거리가 시청자들의 빈축을 받으면서 지지 율이 상승하였음으로 필자는 16일에 보다 진지하고 정중한 토론으로 빛나는 청사진이 펼쳐지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건 안면은 몰수하고 상대를 인신공격하는가 하면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들어난 사실도 거짓으로 회피하는 것을 보면서 저질의 토론회라는 것에 실망했다. 시청자 중 많은 사람들도 우중이기는 마찬가지여서, 비전이나 현실을 무시하고 스포츠 응원자같이 들떠서 저들의 토론내용이 미국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엄중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은 이제 보통국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아직도 더 잘살아보자는 희망을 왜버릴 수 없는지?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