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 원주민의 목카신(moccasin)과 목화신

미 대륙의 주인이던 원주민들의 모습과 생활과 가락을 체험해보면 참으로 우리의 그것과 신통하게 통(通)하는 것 같아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 이주한 서양 사람들이 원주민의 생존권을 무시한 것은 그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하여 그 당시 서양인의 부도덕한 행위도 그들의 입장에서 정당화하여 왔다고 하지만 원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분하고 원통한 비통한 역사였다. 이민자들은 신생 아메리카 제국(諸國)을 수립한 스페인, 영국, 불란서 등 제국(帝國)의 비호를 받아 원주민 국가들을 쓸어버리고 그 민족구성원을 죽음과 사지로 밀어내고 삶의 터전을 빼앗았을 뿐 아니라 원주민국가의 재건을 막기 위해 그들의 역사를 말살하는 우민정책을 계속하였다. 죽음을 면한 터-잃은 원주민들, 그들의 역사를 망각한 체 450여년을 보낸 지금, 그들의 문화나 역사를 짐작케 하는 것은 그들의 전승과 몸짓과 핏줄과 흐터진 유물과 희미한 유적을 통하여 얻어 보는 게 고작이다. 이 대륙에 마지막빙하기의 연륙(連陸)시절인 1만 년 전에 대량 유입한 것으로 짐작하는 알라스카와 캐나다원주민 중 에스키모로 불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물품, 그들의 ‘옛날애기/전승’과 말에서 우리 것과 같은 맥락을 쉽게 발견하고 그 보다 오래전에 내려왔을 것으로 여겨지는 온대, 열대, 남온대(南溫帶)지역의 원주민 속에서도 문득 유사성을 감지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1893년 컬린(Stewart Culin)씨가 시카고 박람회장에서 발견하고 놀라 한국과 원주민(인디안)의 윷 노리를 소개한 것처럼 지금도 필자는 저들의 신발인 moccasin을 보고 깜짝 놀라 꼬치꼬치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목화신은 언제부터 신었으며 그 모양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모르지만 이씨왕조 조선시대에는 관복(官服)에 맞추어 신는 벼슬아치의 신발로 오늘날 반장화 가죽부스에 해당하였으며 집신, 진(징)신, 나막신 같은 것을 신던 일반서민들은 혼사(婚事) 날에나 빌려 신던 동리(洞里)공동소유의 신발이었다. 목화(木靴)신이라고 한자어로 적는 것으로 보와 나무와 피혁(皮革)을 사용하여 만든 신을 통칭하였을 것으로 짐작이가고 소리글과 뜻글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로 이름이 거슬러 올라갈 것이어서 ‘목화(木靴)’는 미 원주민이 말하는 모카’라는 소리글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새로운 문명의 여명(黎明)기인 1만 년 전, 신석기시대 말기에 아마도 발싸개가 신발로 바뀌기 시작했을 것이고 ‘신’은 일상생활이 아니라 제사장 등 험한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의 사람들이 의식(儀式)용으로 쓰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신발이 맨발이나 발싸개와 달리 빠른 거동에는 불편하였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하 간에 모카신은 에스키모로 불러지는 후발 이입(移入)자들 보다 먼저 우리 민족과 분파되었을 ‘수’ 인디언 같은 부족 등에서도 공통된 이름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모카신은 지금도 원주민들의 생활용 신발이며 $4.00- $50.00이면 살 수 있고 의식용이 된 화석화된 우리나라 목화신은 1천원 내지 4,000원이면 살 수 있다.(미국 메일 오더와 한국 인터넷 오더 캐더로그참조)
우리나라현재의 목화신은 미 원주민의 모카신과는 그 기능이 달라졌다는 것은 우리 것이 화석화 되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고 원 주민 것은 이미 부드러운 가죽신이라는 특정형태의 신발류로 아직도 생활인의 신으로 남아 있는데 그 근원이 우리의 집신이나 미투리신과 대단히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크기나 발에 맞도록 조절하는 끈이 신 뒤축의 끈에 중심이 있다는 것과 우리의 미투리삼기를 눈여겨보면 그 매커니슴이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모카신의 크기조절 끈은 신 뒤 금치를 돌아서 발등위에서 매듭을 지어 졸라 묵도록 되고 우리 집신이나 미투리는 뒤 금치를 돌아온 끈을 발목 복숭아 뼈 옆에서 잡아당기며 묵도록 되어 있어 그 모습은 다르나 뒤 금치를 줄을 당겨 조이는 원리는 놀랍게도 같다. 25년은 지난일이지만 켄터키 주 맴모스 동굴에 갔을 때 굴의 규모에도 놀랐지만 미 원주민들이 사형을 집행했었다는 동굴 밑으로 난 절벽 난간에 놓인 몇 켜래 신이 꼭 우리미투리 신을 닮은 것을 보고 놀랐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모카신과 목화신의 유래와 유물을 모아보면 우리 두 종족의 옛 찾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About the Author
Edward Rim - 림 관헌, 한미 시민 연합 초대회장 역임, 공화당 The President Task Force 멤버, 시카고 중앙일보 객원 논설 위원, 대한민국 평화통일 자문위원 역임, 시카고 상록회 이사장 역임, 시카고 불타사 지도법사, 미 중서부 한미 장학회 회장 역임, 미 중서부 전통 예술인 협회 이사, 상임고문, 성균관 대학교 유학 및 동양철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