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이 먼저

런던 발 AFP통신에 의하면(2006.5.26.연합뉴스) 오래 동안 인간사회의 논쟁거리였던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하는 희화적(戱畵的) 말씨름이 간결한 과학적 답변으로 끝장이 낫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노티엄 대학교 유전학자 부루필드 교수는 “알속에 살아있는 기관과 닭의 DNA가 동일하다”고 말하고 “최초의 생명체는 분명히 최초의 알(알속의 배아)이였으며 (그럼으로) 알이 (닭보다)먼저다”라고 결론지었다. 킹스대학 과학철학교수인 파피뉴 씨도 “닭의 시조는 비록 다른 종(種)의 (닭이 아닌)새가 (그 알을)낳더라도 그 알에서 나왔기 때문에 달걀(닭 알)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필자도 언어의 구성순서가 “닭의 알”이라고 하더라도 최초의 닭을 깨낸 알을 난 새는 닭과는 이종(異種) 즉 닭이 아닌 새임으로 닭의 시초는 그 최초의 알이 먼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두고 왜 아직까지 논쟁을 계속하였을까? 그것은 철학, 종교, 과학 등 여러 관련 학문 간의 근본적인 대립도 문제이고 닭이 달걀을 낳는다는 선입견이나 닭은 달걀에서 깨어 나온다는 현상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실이 진실(진리)이라면 철학이나 과학은 물론 종교적 논리에도 어긋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이들 사이에 상충(相衝)하는 부문이 있다면 어느 것 하나는 진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학과 종교는 논리적 증명이 가능하면 그것이 진리가 됨으로 과학에서 보듯 물질적 증명이 없더라도 가설과 학설만으로, 또는 신앙만으로 진리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코페르니크스의 지동설에서 보듯이 서양 과학의 초기단계인 당시로서는 이것을 물리적으로 증명하더라도 확인이 어렵워 그것이 신앙, 전통, 정립된 기존의 가설까지도 이겨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고 양자물리학이나 우주물리학에서 보듯이 가장 미세한 물질인 “파티클”이나 파동에 대한 발견과 광대한 우주를 상대로 하는 우주물리학에서의 상대성원리나 통일장 이론의 가설과 증명이 번 갈아가며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과거 무지로부터 오는 종교적 오만이나 맹신이 불러온 비극을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정작 놀라마지 않는 것은 어느 종교의 믿음이나 주장이 과학적으로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조금도 뉘우치거나 그 주장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종교적 지성인들의 염치없는 억지다. 예를 들면 코페르니크스를 사형한 종교지도자들은 그때까지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거나 둥글다는 것을 몰라서 창조신화에 반한다는 이유로 지동설을 주장한 과학자를 처형한 잘 못을 저질렀지만 이제 어린 학생도 지구가 돈다는 것을 아는 이 시대에 와서도 종교적 잘못을 고치지 않는 점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화석이나 현재도 끝없이 변이(變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변종(變種)의 관찰로 새로운 종(種)의 탄생을 보면서, 또 연대측정기술의 발전으로 멸종하거나 진화(進化)나 퇴화(退化)를 거쳐 변종(變種)한 동식물의 생멸(生滅)연대를 확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 세상 생물의 종이 동시에 창조되었다는 믿음을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억지 논쟁을 계속 한다. 그런가 하면 그들 종교적 주장을 옳다고 하기 위하여 “창조과학”이라거나 “지적창조론”이라는 과학(科學)의 이름을 차용하면서까지 증명할 수 없는 옛 이야기를 믿는 글자 그대로 미신(迷信)에 빠지는 과학자나 지식인도 있다.
동양사상 특히 불교나 도교는 역(易) 즉 변화의 중심에서 사물(事物)을 관찰하고 논리를 펴기 때문에 인지(人知)의 축적과 과학의 발달을 따라 인식의 변화와 발전을 수용해 왔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중 고대과학이나 철학이 로마제국의 기독교 절대 신앙으로 바뀌는 서기1800년을 전후하여 믿게 되는 유태인민족 창조신화 위에 선 기독교로 개종됨에 따라 정신분야뿐 아니라 물질문명까지 이에 예속되어왔다. 이렇게 과학의 암흑기는 루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쳐 신학을 넘어 인문(人文)이 밝아져 현실세계와 종교적정신세계사이에 틈이 보이게 되었다. 정신과 물질, 유신(唯神)과 유물(唯物)논의 충돌로 우리는 서양의 종교문제를 정신세계에 한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적 충돌을 피하는 장치로 불간섭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것은 일부 동양철학을 제외한 많은 민속이나 종교가 몽매한 미신에 머물러 물질세계현상을 설명하기에는 과학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린학생들의 과학적 사고를 저해하여 자기발전에 한계를 가져오고 정신세계에서 까지 갈등을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달걀과 닭, 어느 것이 먼저냐 하는 문제도 지적설계가 아니라 계속적인 변이에 따라 닭이라는 종이 있기 전, 자기 종과 다른 DNA를 가진 변종 된 알(달걀)을 난 새는 닭이 아님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변이 한 알인 달걀에서 처음 나온 새를 닭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즉 닭은 새로 창조된 게 아니고 새롭게 변이(變易)된 새알(달걀)에서 나왔다고 보는 위 학자들의 주장이 논리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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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Rim - 림 관헌, 한미 시민 연합 초대회장 역임, 공화당 The President Task Force 멤버, 시카고 중앙일보 객원 논설 위원, 대한민국 평화통일 자문위원 역임, 시카고 상록회 이사장 역임, 시카고 불타사 지도법사, 미 중서부 한미 장학회 회장 역임, 미 중서부 전통 예술인 협회 이사, 상임고문, 성균관 대학교 유학 및 동양철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