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무엇을 노리나(2009.9.28.)
북한이 지난달부터 대미, 대남 유화책을 내비치면서 남측 정책담당자들에게 의아스런 희망과 동시에 곤혹스런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과거에 여러 번 설정한바 있는 Red Line을 무시한 북한에 대한 제제는 고사하고 대화마저 거절된 최근의 상황 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유엔을 통한 제제 만에 의지하고 있던 차라 숨통이 트이는 듯 보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 의하여 크게 누그러진 이념과 종교적 대립상황과 맞물려 북한의 유화 제수추어는 미 정부의 대북정책수립자들에게 과거 계속해서 후퇴만 거듭하던 패배의 경험을 잊고 새롭게 대통령의 마음에 쏙 드는 정책을 내 놓을 기회를 제공받게 된 것이다. 미국은 폴랜드와 첵코에 건설하려던 핵-미사일 방어체제를 이란의 핵-미사일개발이 그렇게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이를 멈추기로 내정한 것 같으며 북미 간에 직접대화가 핵 폐기를 유도할 6자회담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유럽을 안심시키면서 속으로는 이란이 아니라 러시아를 견양한 당초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포기함으로서 푸틴정권에 선물을 주고 이란에게는 버틸 빌미를 주었다. 그리고 북한의 유화의 손짓에 눈을 줌으로서 현 위치에서 북 핵문제를 다루어 북한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확보한 승리의 전선에서 휴전한 체 유리한 고지에서 미국과 다른 4나라를 물고 끌게 되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저널이 말한 대로 김정일은 다시 승리했다고 할 수 있고 북의 노동신문이 연일 승리를 구가하며 강성대국건설이 눈앞에 닦아 섰다고 고무하는 것이다.이것을 아는 일부 남한정부의 백전노장인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들이 힘들게 일구어 낸 핵 성취를 버릴 리는 없으며 또 다시 지난날 6자회담에서 그리했듯이 여러 가지 지연-기만전술을 써가며 최후의 승리를 꾀할 것이라는 염려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북한이 유엔의 제제조치에 견디지 못하고 그것이 두려워서 회담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높여진 위상인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당당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아무것도 혼자는 손 댈 수 없는 남한의 입장은 답답하고 끌려가는 미국은 끌려가면서도 그런 줄을 모르니 그걸 보고 있는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그들이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고 미국이나 유엔의 경제적제제야 말로 북한인민의 적개심을 부추겨 강성대국건설의 힘을 샘솟게 하는 불멸의 혁명을 계속케 해온 불소시게인 것을 아직도 모르는가? 북미 간에 직접회담에서 어떤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거나 단계적 핵 폐기를 유도하겠다는 미국의 인센티브 전략은 지난 6자회담에서 보아온 결과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고 또 한 번의 위기를 다시 맞이했을 때는 남아있는 지래대는 하나도 없을 것이며 북 미-강성대국간의 대결만 보게 될 것이 두렵다.이제 남한정부와 미국정부에 바라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잊지 말라는 것과 저들에게 당근을 주고 체제유지를 보장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핵도 버릴 것이라는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자리로, 북한을 “붕괴냐 핵 포기냐” 하는 양자택일의 막바지가 될 수밖에 없는 때와 입장에 몰아넣고 단 한 번에 맞바꾸어 치는 그런 광폭한 결정만이 김정일이 택할 가능성이 있는 협상방법이 아닐까하는 미련은 아직도 있다. 그 길이 대단히 위험하고 씻을 수 없는 불행의 길이 될 수 있는 단수(端數)요 외통수가 될 수도 있어서 밀어붙일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한 번에 푸는 이 방법만 그 답을 모를 뿐 그 이외의 답은 실패뿐이었음을 알고 있다. 김일성이 그래도 민족을 조금은 생각했다면 김정일은 수백만의 민족을 굶어죽게 하고도 눈 하나 끔적이지 않았으며 정은이가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의 중심에 있는 자라면 3대는 더 못되어 김정일이 있을 때 외통수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