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대선풍경 (2012. 11.30. 림관헌 이 아침에)
매 선거마다 특징이 있고 그 풍경도 다르지만 멀리서 고국의 이번 대선풍경도 뜯어보면 여러 가지로 되새기고, 반성하고 고쳐가야 할 일들이 많다. 이번 선거의 제1경은 각 정당의 대선후보경선으로서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후보를 뽑고,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각 정파간 의 묘계(妙計)를 다 동원하고 정략적인 담판을 통해 일시적으로 정해진 경선 룰에 따라 문제인을 후보로 뽑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확립된 미국의 예비선거제도와는 전혀 다른 정당후보선출 방법으로 우리가 보기에도 논리에 합당하는 보편적 자유민주주의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국이 도입해 쓰는 미국의 대통령중심제의 예비선거에서는 국민의 의사에 따라 공정하고 순리적인 절차인 일반 선거로 당원이나 지지자가 한 당의 적임자를 선출하는 보편적이고 공평하며 논리적인 그런 일반선거로 후보자가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고국에서는 예비선거라는 보편적 개념의 후보자 경선이 아니라 각 당에서 선출한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에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인기투표 같은 어물쩍하는 형식을 가미함으로서 후보선출에 정략(政略)적이거나 감정적 호소에 말려드는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된다.
지난번(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도 이와 같은 일시적 합의로 정해진 경선 룰(rule)에 따라 당의 대의기관에서는 박근혜를 후보로 밀었지만 이에 가미된 인기투표룰에 따라 결국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고, 이번 후보 선거에서도 일부에서 그 룰을 정략적으로 고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아니하여 박근혜가 무난히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민주통합당은 각 정파 간의 치열한 투쟁과 담판을 통해 정해진 봉합된 일회성(一回性) 룰 덕분에 문제인후보로 선출되었지만 그것은 반쪽의 승리에 불과하고 야권 단일 후보선출이라는 더 큰 혼돈의 제2경관을 국민 앞에서 연출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국민이 우중(愚衆)이 되어 함께 조연도 하고 극단적으로 목숨을 버리는 가슴 아픈 일도 보았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전적으로 정략적인 득표행위로 정치적 이념(理念), 정강(政綱)정책, 후보의 인격, 능력, 검증을 통한 대결을 기반으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근본적인 모순이 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당선자인 문제인은 노무현 전 좌파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그 정치적 색깔이 분명하고 민주통합당 정강정책을 수용한다고 보아야 할 정당의 후보이며 안철수는 아무런 대통령후보자 선출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소속으로서 “안철수의 생각”을 내놓고 있을 뿐 정치적 능력과 인격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시민의 한사람이다.
청년층의 “몰라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안철수씨가 스스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 무소속 후보가 되자 한국의 제1야당에서 1차 선택의 문을 통과한 문제인 민주통합당후보가 대등한 위치에서 단일화 협상을 추진하는 제2경은 자못 신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부터 당을 중심으로 국민경선이 가미된 민주적 선거절차를 치루고 이렇게 선출된 후보사이에서 최종적인 일반 국민투표로 결정되는 대통령선거의 제3경이 미국의 대선 풍경이다. 그런데 한 정당의 대통령후보와 아무런 경선절차를 밟지 않은 무소속 출마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경선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무리 그것이 표 얻기 정략에 기초했다하더라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불공정한 처사가 아닐까? 왜 하필(何必) 안철수와 단일화인가? 이미 통합민주당과 일부 정강정책을 같이하는 진보 계열의 정당도 둘이나 있고 그 정당 중에서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대통령후보를 내놓고 있음으로 단일화의 첫 대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일부(한, 이 전 총리)나 일부 전국구의원들은 진보계로 분류됨으로 당연히 정치연합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미 FTA저지투쟁에 공조한 경험도 있음으로 정치적 제휴를 한다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적 합의점이 보이지도 않는 안철수와의 단일화만을 고집하여 그를 물러 나게 하고 합의결렬(決裂)로 끝낸 사건을 단일화 성사(成事)라니? 이제 국민은 문 후보의 정책과 그의 행적검증을 확실히 하고, 한나라당 박 후보와 진보정의당 이 후보가 왜 문-안 단일화를 두고 야합(野合)이라고 주장하는지도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